[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경북 교육감의 ‘조용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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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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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얼마 전 기자에게 “언론에 서운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학교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뛰고 있는데도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른바 ‘진보 좌파 성향’ 교육감은 지나칠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데 따른 서운함이었다. 그는 “서울시와 경기도교육감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니까 다른 교육감들은 하는 일 없이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취임 후 1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 교육감과 이영우 경북교육감은 더는 언론에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몇몇 교육감이 마치 자신들만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요란스럽게 관련 조례를 만들고 하는 것은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도 있다. 대구 경북지역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 중에서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초중고교 학생의 인권은 아직 불완전하다는 전제가 들어 있다. 학생들에게 공직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 교육도 필요한 것이다.

‘보수’라는 말은 사람됨을 기르는 교육과 잘 어울린다. ‘보(保)’는 ‘잘 기른다’는 뜻이지 정치판에서 흔히 편 가르기용으로 사용하는 진보나 보수라는 말과는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적’이다. 사람을 잘 기르는 교육은 그 자체가 가장 진취적인 보수가 되는 것이다. 우 교육감은 요란스레 개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구 교육의 분위기를 많이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육감은 조용한 성품이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종합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최고 성적을 거둬 그의 리더십을 증명했다.

사람의 부족함을 채우고 키워야 할 학교에 인권과 교권 같은 권리가 난무하고 충돌하면 학교 교육을 지탱해야 할 스승과 제자의 따뜻한 정(情)은 점점 사라지고 교실 붕괴 같은 괴물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런 때일수록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함)이나 효학반(斅學半·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 절반) 같은 교육의 근본에서 답을 구할 필요가 있다. 대구 경북 교육감은 언론을 통한 반짝 흥행보다는 이 같은 근본을 깊이 생각하며 걸어가면 결국 더 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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