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대전여고 김세미 양 보컬트레이너 노영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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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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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조연, 보컬트레이너 ‘사람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

대전여고 3학년 김세미 양(오른쪽)은 최근 서울 중구 파워보컬사운드에서 보컬트레이너 노영주 씨를 만났다. 김 양은 인터뷰를 마치고 노씨에게 직접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 양과 노 씨.
대전여고 3학년 김세미 양(오른쪽)은 최근 서울 중구 파워보컬사운드에서 보컬트레이너 노영주 씨를 만났다. 김 양은 인터뷰를 마치고 노씨에게 직접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 양과 노 씨.
《“물들어∼. 너의 사랑 안에 나는 물들어∼.” 오전 5시 반, 대전여고의 한 교실에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학교 3학년 김세미 양(18)은 가슴이 먹먹해질 때면 새벽같이 학교에 갔다. 친구들이 오기 전까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면 마음은 어느새 풀어졌다. 지금 김 양은 미술공부를 하고 있지만 가수가 오랜 꿈이었다. 자신의 노래실력을 확인하고자 지난해 노래경연대회인 ‘슈퍼스타K 시즌2’에 나가 3단계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김 양. 그는 최근 ‘신나는 공부’의 도움으로 서울 중구 신당동 파워보컬사운드에서 보컬트레이너 노영주 씨(38)를 만났다. 노 씨는 성시경, 휘성, SG워너비, 테이, 윤하,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유명가수를 가르친 ‘스타 보컬트레이너’다.》
○노래 잘하면 가수? 편견을 버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에 재능 있는 많은 학생이 가수라는 직업을 꿈꿔요. 하지만 모두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경험해 보면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요. 보컬트레이너는 이런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직업 중 하나죠.”

노 씨는 고교생에게 생소한 직업인 보컬트레이너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보컬트레이너는 ‘가수가 노래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이다. 운동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뛰는 시간보다 훈련시간이 많듯 가수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보컬트레이너는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산파와 같은 존재다. 바이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하는 법, 리듬을 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보컬트레이너의 일이다.

노 씨는 안양예고에서 연극 전공으로 뮤지컬을 공부했다.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방송을 전공하며 음악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대학 때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부탁으로 신인가수의 노래 연습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보컬트레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노 씨는 국내 보컬트레이너 1세대다. 그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국내에는 보컬트레이너란 용어 자체가 없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보컬트레이너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 “복식호흡을 하면 왜 폐가 아닌 배가 부풀어 오르나요?” 하고 일일이 물으며 ‘음성병리학’을 공부했다. 세스릭스라는 유명 보컬트레이너가 쓴 책을 보고 무작정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나기도 했다.

“보컬트레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김 양)

“노래를 잘하는 건 기본이겠죠? 노래를 가르치려면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도 있어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음성병리학적 지식도 필요한데요.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전문적으로 이해해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희 파워보컬사운드 같은 경우는 자체적인 보컬트레이너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보컬트레이너, 빛나는 무대 뒤의 조연!

보컬트레이너는 일반인도 가르치지만 주로 직업가수를 돕는다. 가수들이 들고 오는 노래는 대부분 미발표 곡. 작사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해 노래를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작자 마인드도 필요하다. 가수가 시장에 나와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가수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끌어내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가수에게는 동반자 역할도 해야 한다. 함께 연습하는 동안 가수가 기획사나 작곡자에게 말 못 하는 부분에도 귀를 기울이며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음악적 실력만큼 중요한 보컬트레이너의 자질이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인 이유다.

“상투적인 표현 같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에요. 노래는 가슴에 담긴 감정을 쏟아내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그 전에 자신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 감정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내겠어요.”

노 씨는 보컬트레이너로 가장 보람 있던 순간으로 2년 전 공연을 떠올렸다. “2년 전에는 ‘비욘드 더 드림(Beyond the Dream)’이라는 자선공연을 했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가수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플라이투더스카이, 휘성, 윤하, 린, 씨야, 다비치 등 많은 제자들이 선뜻 와줬어요. 그들이 대중의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는데 뿌듯하면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보컬트레이너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똑똑한 선생님이 가르친다고 다 명문대에 가는 게 아니듯 모든 제자가 스타가수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컬트레이너는 제자들이 성공한다고 해서 목에 힘을 줄 수가 없어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없고 늘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보컬트레이너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가요시장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산업은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가수가 국내에서 보컬트레이닝을 받는 경우도 적잖다.

김 양은 보컬트레이너를 꿈꾸는 고교생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전문적인 음악공부는 대학에 가서 해도 늦지 않아요.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세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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