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원’ 차이로… 최저임금委 초유의 ‘동반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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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대표 14명 4780원 vs 4455원 이견 못좁혀
법정시한도 이미 넘겨… 상당 기간 파행 불가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양측 대표자 14명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한꺼번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 5명과 기업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등 14명은 30일부터 1일 새벽까지 이어 열린 전체회의에서 상대측의 최종 협상안에 반발하며 사퇴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저임금 근로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협상에 더는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사용자 위원들은 “영세기업을 위협하는 과도한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돼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절반 이상이 사퇴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시한인 지난달 29일을 이미 넘겼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파행이 예상된다. 4일로 예정된 전원회의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양보안을 내놓으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근로자 측은 올해(시급 4320원)보다 460원(10.6%) 오른 4780원을, 사용자 측은 135원(3.1%) 인상한 4455원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공익위원 9명이 4580∼4620원을 조정안으로 내놓았지만 양측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14명은 사퇴했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사용자 측이 터무니없는 주장만 되풀이해 더는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무의미해 사퇴한다”며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최저임금이 객관적인 경제사회적 지표를 반영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소속 위원 4명이 모두 불참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물건 값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4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에서 “2000년부터 최저임금이 매년 평균 9.1%씩 인상돼 영세·중소기업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며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압박에 굴복해 높은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행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원회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올해 최저임금이 내년에 그대로 적용돼 노동계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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