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노조, 189일만에 파업 철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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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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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수주 ‘0’… 일감 확보가 급선무

27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노사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이날 오후 법원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등 200여 명이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밑을 지키던 노조원들에게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에 의한 강제퇴거’를 집행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27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노사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이날 오후 법원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등 200여 명이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밑을 지키던 노조원들에게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에 의한 강제퇴거’를 집행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한진중공업 사태가 반년에 걸친 노사갈등 끝에 전격 타결된 데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노사 모두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원칙에 무너진 투쟁동력

노조가 27일 총파업을 전격 철회한 데는 이달 12일 벌어진 외부 노동 및 진보단체 회원 400여 명의 영도조선소 불법 점거와 폭력사태의 영향이 컸다. 이 사태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출석 요구가 잇따르는 등 형사처벌 수순도 시작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노조원들이 겪은 장기간의 생활고도 크게 작용했다. 초기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가운데 90%가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에서 이탈해 회사 조업재개 교육에 참석했다. 사측이 파업 주동자, 참여자, 직장폐쇄 이후 조선소 무단출입자 등을 상대로 낸 53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지법이 최근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 ‘퇴거 및 출입금지’ 결정을 내리고 경찰력을 요청한 것도 노조가 감당하기에는 큰 압박이었다. 이날 부산지법은 집행관들을 동원해 점거 노조원과 외부 단체원 70여 명을 회사 밖으로 내보냈다.

노조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예전처럼 노조가 피해를 볼 게 뻔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복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남은 과제는 ‘노사 고통 분담’

한진중공업은 당장 ‘먹고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2004년만 해도 세계 5위 조선사였던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주 감소, 장기간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맞물리면서 현재는 세계 30위 밖으로 밀렸다.

사측은 조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수개월째 조선소 독에 묶여 있는 선박 4척부터 건조를 끝내고 신규 물량을 수주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기존 수주물량인 4척을 선주사에 인도하지 못해 하루 3만 달러(약 3250만 원)씩 100억 원가량의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회사 측은 “6개월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매일 4억 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해 현재 피해액이 470억∼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수주한 선박은 한 건도 없다. 따라서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일감이 없는 게 문제다. 회사 측은 “유럽 선사를 주요 목표로 좀 더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 컨테이너선이든 액화천연가스(LNG)선이든 되는 대로 물량을 수주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선박 수주가 쉽지만은 않다. 경쟁사보다 독과 크레인 규모가 작아 생산력에서 차이가 나고 물류비는 더 많이 드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주를 하더라도 설계 등 건조작업까지 8개월 이상 걸려 파업 여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노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강성 노조원이나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타워크레인에서 시위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다음 달 9일에 예정된 노동 및 진보단체 회원들의 2차 조선소 방문 문제 등도 앞으로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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