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지급? 차등? 혼합방식?… 등록금 국고지원 ‘트릴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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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부 지급방식 골머리

내년부터 3년간 정부 예산 6조8000억 원을 대학에 지원하는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 대책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준비되지 않은 대책으로 대학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데다 대학 구조조정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지원을 받게 될 대학에서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이 대학재정 부실을 가져오는 독(毒)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지원 방식 놓고 부작용 논란


교육과학기술부는 고지서상의 명목 등록금을 낮춘다는 방침에 따라 대학에 직접 국고를 배분하기 위한 지원 방식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괄 지급하느냐, 차등 지급하느냐의 문제인데 양쪽 모두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교과부는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대학 규모와 학생 수에 비례해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대학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대학의 구조조정 노력이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부실 대학도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할 수 있다.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처럼 평가를 통해 대학마다 지원금 규모를 달리 책정하는 방법도 있다. 대학역량 또는 구조조정 노력 등을 평가해 대학별로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과 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지원 액수가 다른 만큼 학교별로 등록금 인하율이 달라지기 때문. 이럴 경우 등록금 체감 인하폭도 줄어들 수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등록금 대출제한 대학은 대학 입시 전에 발표돼 학생들이 선택권을 갖게 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등록금 지원은 상황이 다르다. 재학생으로서는 이미 대학을 선택한 뒤 결정되는 등록금 대책에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일괄 지원과 차등 지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두 방안을 혼합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정부 지원 안 받을 수도”


대학에서는 재정 부실에 따른 경쟁력 저하와 자율성 침해를 걱정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정부가 지원을 중단할 경우 이미 등록금을 낮춘 대학은 적자 재정에 허덕이게 된다는 것.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뀐다거나 시간이 지나도 지원책이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대학 측에서는 섣불리 정부 지원금을 받고 등록금을 내렸다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14년까지 매년 1조5000억∼3조 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률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이 이행된다 하더라도 3년 이후는 어떻게 대책이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학이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사립대 교수는 “지금도 대학역량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지원금 때문에 사사건건 교과부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데 등록금 지원금까지 받게 되면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며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지원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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