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내신성적 고3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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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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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11년 43만명 분석… 등급 오른 학생 15% 그쳐

올해 이화여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박다솜 씨(19)는 고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경남의 일반계고 1학년 때 내신 성적은 4등급 정도였다. 경남지역 국립대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능한 점수가 아니었다.

남들만큼 공부한다고 했지만 성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3학년이 되자마자 진학상담을 받고 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른 데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EBS 교재를 파고들었다. 몇 번이고 풀고 또 풀었다.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면서 내신 성적이 조금씩 향상되기 시작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직전에는 모의고사와 내신 모두 1, 2등급까지 올랐다.

박 씨처럼 고교 시절 눈에 띄게 성적을 올리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가 교육업체 진학사와 함께 전국 고교생의 1∼3학년 내신 성적 추이를 분석했더니 성적이 2개 등급 이상 오른 학생은 1.8%에 그쳤다.

분석 대상은 2007∼2011년 진학사의 모의대학지원 사이트에 성적 정보를 입력한 고교생 43만1002명이다. 이 중 성적이 2개 등급 이상 오르거나 내린 학생은 3.4%뿐이었다. 나머지 96.6%는 성적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74.7%는 성적이 1개 등급도 변하지 않았다. 1학년 때 수준이 3학년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말이 사실로 확인된 셈.

1학년에서 3학년 사이에 2개 등급 이상 성적이 오른 학생이 1.8%지만, 반대로 2개 등급 이상 떨어진 학생도 1.6%다. 1개 등급 오른 학생은 13%, 1개 등급 떨어진 학생은 12.3%였다. 내신과 수능 등급은 상대평가라서 성적을 올린 학생만큼 떨어진 학생이 나온다.

2학년부터 성적을 올리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2, 3학년 사이에 2개 등급 이상 오른 학생은 0.3%였고 1개 등급 오른 학생도 5.6%에 그쳤다.  
▼ 75%가 고1→3 같은 내신 ‘쳇바퀴’… 두 등급이상 상승 1.8%뿐 ▼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의 윤동수 이사는 “큰 폭으로 성적이 변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마저도 2학년 때 변화시키지 못하면 확률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하위권에 오답노트는 필수 아냐

성적을 올린 학생에게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기 위해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평균 내신 등급을 기준으로 △2.75등급까지를 ‘상’ △4등급까지를 ‘중상’ △5등급까지를 ‘중’ △6.25등급까지를 ‘중하’ △9등급까지를 ‘하’로 나눈 뒤 ‘중하’ 또는 ‘하’에서 ‘중상’ 또는 ‘상’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해마다 수능 만점자나 서울대 합격자가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하위권에는 오답노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의 44.6%는 오답노트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비율은 ‘하’에서 ‘상’으로 올린 학생(66.7%)에게서 더 높았다.

변정연 씨(19·여·고려대 영어교육학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내신이 5, 6등급에서 2학년 때 2∼4등급, 3학년 때 1등급으로 꾸준히 성적을 올린 경우. 그는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오답노트보다 개념의 반복 학습”이라고 말했다. 상위권의 경우 어떤 것을 모르는지 알기 때문에 오답노트 정리가 가능하지만, 하위권은 대부분 모든 개념에 취약해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는 말. 변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쉬운 문제부터 반복해 풀었다. 특히 EBS 강의와 교재는 정말 열심히 반복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족한 사교육은 인터넷 강의(40.7%)와 과외(24.7%)였다. 보습학원(8%)이나 대형 학원(5.5%)은 만족도가 낮았다. 사교육을 받는다면 맞춤식 강의가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학생도 14.9%여서 ‘성적을 올리려면 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 반드시 맞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권 학생은 예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응답자 중 하루 30분 미만 예습했다는 학생이 48.9%로 가장 많았다. 내신 ‘하’에서 ‘상’으로 오른 학생의 경우는 이 비율이 60.0%였다. 그러나 복습은 ‘하루 1시간 이상∼2시간 미만’(31.6%)과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29.5%)이 많았다.

이에 대해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하위권 학생은 특히 영어 수학의 경우 예습이 불가능해서 못할 수 있다. 우리 학교 고3 상위권 반 학생들도 예습의 중요성을 많이 안다. 기초능력이 있고 어느 정도 선행학습이 돼 있어서 가능하다. 하지만 하위권 반은 수업시간에 한 번 배운 뒤 복습하는 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예습 시간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신종찬 서울 휘문고 교사는 “30분 내외라고 해도 수업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갖는 습관 자체가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 자신을 위해 공부해야

사교육을 제외한 평균 자율학습 시간은 1주일 중 ‘30시간 이상 40시간 미만’이 27.3%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20시간 이상 30시간 미만’(23.0%). 하루에 4시간은 자습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적을 올린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60.7%)라고 대답했다. ‘학생이라면 해야 하니까’(15.1%)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12.9%) ‘부모님을 만족시켜드리기 위해’(6.8%)라는 대답은 적었다. 특히 ‘하’에서 ‘상’으로 오른 학생의 73.3%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했다고 밝혔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어떤 보상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자신감 상승 등 스스로에 대한 만족’(54.4%)이 가장 높았다. ‘부모 교사 친구로부터 칭찬 등의 정신적 보상’(28.6%)이나 ‘부모로부터의 물질적 보상’(9.0%)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이과 계열 선택도 성적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이 성적 향상에 영향을 줬다고 대답한 학생은 84.3%로 아니라고 응답한 비율(15.7%)보다 월등히 높았다.

신 교사는 “등급을 올리기 쉬운 건 상대적으로 이과보다는 문과다. 보통 이과로 우수한 학생들이 더 몰리기 때문에 계열이 갈린 뒤 이과 학생은 심하게는 내신등급이 0.5등급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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