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수능 분석]모의수능 ‘성적 인플레’… 물수능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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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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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수-외 만점자만으로도 SKY 상위학과 정시모집 채울 판

상위권 대학과 학과의 입시에 변수가 생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자가 1% 나오도록 문제를 내겠다는 정부 방침이 현실화되면 상위권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영역별 만점자가 예상보다 2∼3배 더 많게 나왔다. 9월 모의수능과 실제 수능에서는 이보다 문제가 어렵게 나오겠지만 ‘물수능’으로 대입전략을 세우기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 상위권 미어터진다


역대 수능을 보면 수능의 등급별 비율은 영역별로 1등급이 4% 이내, 2등급은 4∼11%를 유지했다. 난도에 따라 ‘물수능’ ‘불수능’으로 불렸지만 이런 비율은 거의 비슷했다.

이번 모의평가처럼 수리 ‘가’에서 1등급(8.03%)이 2등급(4.83%)보다 2배 가까이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은 4.13%였다.

수리 ‘가’의 만점자가 3.34%이고, 1등급 구분점수가 만점보다 3점밖에 낮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한 문제를 틀린 학생까지만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문제 정도 틀리면 2등급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영역도 1등급이 지난해 수능보다 크게 늘었다. 언어영역은 4.98%에서 6.15%로, 수리 ‘나’는 4.19%에서 5.69%로, 외국어는 4.34%에서 4.57%로 많아졌다.

지난 수능과 이번 모의평가의 표준점수 분포를 보면 점수 격차가 크게 줄면서 상위권은 두꺼워졌음을 알 수 있다.

언어영역을 예로 들면 지난해 수능은 표준점수 최저점이 27점, 최고점이 140점이었다. 이 사이의 101개 점수에 학생들이 분포돼 있었다.

반면 이번 모의평가는 최저점 34점, 최고점 140점으로 90개 점수에 분포돼 있다. 그만큼 좁은 범위에 수험생이 몰려 있다는 의미다. 한 문제를 맞히느냐 틀리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만점을 의미하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전 영역에서 낮아졌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언어는 140점에서 123점, 수리 ‘가’는 153점에서 133점, 수리 ‘나’는 147점에서 141점, 외국어는 142점에서 141점으로 낮아졌다. 최상위권 학생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만점 근처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 대입 체제 개편 예고


이번 모의평가 결과는 올해 수능이 쉽게 나온다는 예고인 동시에 수능 자체의 성격을 바꾸겠다는 정부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21일 모의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물론 최상위권은 변별력이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능은 상위권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모의평가는 상위권 외의 학생이 학교 공부나 EBS 공부만으로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쉬운 시험으로 바꿔 대입에서 영향력을 낮추고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다양한 입시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수능 1, 2점 차이로 합격이 결정되기보다는 다양한 면을 보고 우수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성 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면서 학생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문제가 나오는 시험 방식도 있다. 당장 이렇게 방식을 바꿀 수 없다면 일단 수능은 중간 수준에 난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최상위권 한 문제 실수가 관건


상위권 수험생과 학원가에서는 변별력 저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평가원 홈페이지에 “만점자 1%라고 했는데 3%가 나와 혼란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재수생은 “자연계에서는 수리 ‘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시험처럼 쉽게 나오면 실수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는 2단계 논술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고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수능 우선선발이나 수능 100% 전형에서 동점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대학은 동점자 처리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언어 수리 외국어 만점자가 인문계 573명, 자연계 160명인데 이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상위 학과와 주요 의예과 정시모집 인원을 넘는다”며 “최상위권은 실수 유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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