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서 팔면 아무래도 경쟁이…” 찜찜한 박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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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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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아니라 음료수가 되면 아무래도 판매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15일 회의를 연다. 자양강장제, 액상소화제, 파스 등 28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의약품과 달리 의약외품은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파는 곳이 많아지면 매출도 늘어날 터이니 박카스(동아제약)와 가스활명수(동화약품) 판매가 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도 약국에만 있던 드링크 제품을 10년 전부터 슈퍼에서 팔도록 허용한 뒤 매출이 30~40% 증가했다.

그러나 막상 제약사들은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박카스가 대표적인 피로회복제로 자리 잡은 데에는 약국을 통한 판매라는 점이 큰 도움을 줬다. 박카스 매출은 지난해 1258억 원으로 동아제약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약국에서 파는 드링크 간에는 가격 경쟁이 별로 없었고 박카스=약이라고 소비자에게 인식됐기 때문. 실제로 박카스의 TV광고에는 약국이 반드시 등장한다.

하지만 수많은 음료수 중 하나로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의 판매대에 올라간다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확실치 않다. 가격과 마케팅을 포함해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음료는 사실상 정가라는 게 없다.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가격 후려치기가 빈번하다. 업체도 납품을 위해 가격 출혈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슈퍼에서 팔리는 박카스를 소비자가 더 이상 약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제약사로서는 달갑지 않다. 숙취해소제와 이온음료 등 다양한 음료수가 모두 경쟁 상대가 된다.

약사들의 눈총도 부담스럽다. A제약사 관계자는 "자사 일반약의 슈퍼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더라도 괜히 적극적으로 나섰다간 찍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일반의약품은 1만7000여 품목. 약국에서만 팔아야 하는 약이 절대적으로 많다.

정부와 정치권도 약사회의 압력을 부담스러워하는 마당에 제약사가 눈치를 안 볼 수가 있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B제약사 관계자는 "의사, 약사 그리고 정부까지 가세한 다툼에 제약사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푸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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