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태계의 ‘허파’ 곶자왈이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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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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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동아일보DB
제주 곶자왈 동아일보DB
제주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이 탐방로 개설, 관광지 조성 등으로 희귀 동식물이 사라지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선흘곶자왈’.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 활엽수림 덕분에 연중 푸른빛을 발하는 특이한 지역이다. 바닥은 온갖 양치식물로 뒤덮였다.

하지만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곳에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은 몇 년 전까지 100여 그루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한두 개체조차 확인하기 쉽지 않다. 도채꾼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맘때쯤 확인한 국내 미기록종인 창일엽도 보이지 않는다. 곶자왈 탐방로 개설에 따른 악영향이다.

곶자왈 지역을 다니는 열차도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조경과 미관을 위해 장미 등 자생종 이외 식물이 대량으로 심어지는가 하면 생태환경에 맞지 않는 조각 등이 설치됐다.

지난달 30일 개장한 조천읍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탐방코스에서는 곳곳에서 여름새우란을 파낸 흔적이 보였고, 탐방객이 많아지면서 야생 노루 등이 자취를 감췄다. 주변의 오름(작은 화산체) 훼손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발 20∼800m에 위치한 곶자왈은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가 쌓인 요철지대에 나무와 덩굴 등으로 이뤄진 자연림을 일컫는다.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등 크게 4개 지대로 나뉜다. 전체 면적은 107km² 정도. 국공유지를 제외한 66km²가 사유지로 골프장 도로 토석채취 관광개발 등으로 상당 면적이 잘려나갔다.

곶자왈은 2000년대 들어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지하수를 생성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개가시나무 천량금 백서향 검정개관중 등 희귀식물의 보고이다. 국내 양치식물 360여 종의 80%가량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압록강에 서식하는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을 비롯해 남방계 식물이 공존한다. 연중 일정한 기온을 유지해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동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송재호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곶자왈은 일제 침탈 등을 겪으며 숯을 만들거나 땔감용 등으로 크게 훼손된 적이 있지만 1960년대 이후 2차림으로 복원 상태를 거치며 자연림 상태로 남아 있는 지역”이라며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완충 역할을 위해 탐방로 개설을 자제하고, 추가 훼손행위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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