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건 논술? 쉬운 수능에 학원 때 이른 ‘문전성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5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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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 당락 좌우? 수험생 불안감

11월 수능을 앞두고 지난 2일 시행된 6월 모의평가 결과 정부가 공언한 대로 '쉬운 수능'의 방침이 확인되면서 논술학원들이 때 이른 호황이다.

쉬운 수능으로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결국 논술이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올해 대입 전형에서는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중심으로 논술비중을 줄였지만 수험생들은 논술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때 이른 호황 맞은 논술학원=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자연계 논술학원의 교실 4개는 수험생 300여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비 카운터 앞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줄을 서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담원이 3명인데도 10여 분 기다려야 상담할 수 있었다.

학원 직원은 "6¤7월 강의 등록을 받고 있으나 원장이 직접 맡은 강의나 다른 인기 강의는 모두 마감됐다. 현재 학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13개 반을 운영하는데 7월부터는 25개 반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감된 수업에 등록하기를 원하는 학부모에게는 대기표가 주어졌다. 한 학부모는 원하는 강좌 대기자가 90명이 넘는데도 "빈자리가 생기면 반드시 연락 달라"며 수강료를 선결제했다.

이 학원 Y모 원장은 "원래 여름방학부터 수강생이 늘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이미 지난해 6월 대비 50% 정도 수강생이 늘어난 상태"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와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다른 중대형 논술 학원도 대부분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20~100%가량 늘어났다.

학원 관계자들은 이번 수능 모의평가가 많이 쉽게 나오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논술을 준비하려는 학생이 더욱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치동의 C논술학원 P모 원장은 "모의평가 다음날인 3일 하루에만 14건의 전화 상담 문의가 있었다. 모의평가를 본 후 논술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수능의 로또화…믿을 건 논술?"=올해 논술 학원가가 호황을 맞으리란 예상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나왔다.

지난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자 정시를 목표로 준비하던 수험생 중 상당수가 수시를 노리는 쪽으로 급하게 입시 전략을 바꿨다.

시험을 치르기까지 한두 달 벼락치기로 논술을 준비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며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고2 예비 수험생들이 논술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수험생 대부분이 빨라도 여름방학부터, 보통은 수능이 끝나고부터 논술을 준비하던 예년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여기에다 올들어 교육 당국이 수능을 쉽게 내겠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한 입시관계자는 "교과부가 '영역별 만점자 1%'를 공언한 상황에서 명문대를 지원하는 상위권 학생은 실수로 틀린 수능 1문제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논술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Y원장은 "수능이 '로또'가 돼 버린 상황에서 순간의 실수로 1년 농사를 날리는 상황에 승복할 수험생은 없을 것이다. 비교적 난이도가 안정적인 논술로 승부를 보려는 학생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능 공부에 논술까지…=주로 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수능 준비와 논술 준비의 이중고를 하소연하고 있다.

노원구에 살지만 논술 수업을 들으려고 대치동까지 왔다는 조모 군은 "수능이 쉽게 나온다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다. 주중에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수능 준비를 주로하고 주말에는 또 논술학원에 와야 한다. 힘들지만 다들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재수생이라는 이모(20) 씨는 "지난해는 수능이 어려워서 정시에 낙방해 재수하게 됐는데 올해는 또 쉬워진다니까 논술 부담이 걱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3 딸을 데리러 대치동 학원가를 찾은 학부모 박모(47.여)씨는 "강의 2개 등록하는 데 100만원 가까이 들었다. 다른 학원비도 비싼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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