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존을 향해]노후설계만큼 값진 기부설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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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연금기부 등 방법 많아… 美선 은퇴 15년 전부터 준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미시간 주 테컴시 시에서 10년에 걸쳐 자원봉사자 2700여 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했다.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봉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1.5∼2배나 낮았다. 교수는 저서 ‘절정의 심리학’에서 존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 등 유명 자선가들이 장수했던 점을 들어 기부행위가 주는 유익함이 우리의 육체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여러 학자는 오랫동안 기부가 심리적 육체적 건강에도 좋다는 주장을 입증해왔다. 하지만 평생 모은 돈을 은퇴 후 나눔을 위해 쓴다는 건 효과를 떠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고, 다달이 나오는 연금을 쪼개 기부하려 해도 복잡한 절차의 벽에 부딪힌다. 퇴직금 같은 목돈을 자선단체에 쾌척하는 것은 더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오준석 연구위원(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기부에서 ‘기브 앤드 테이크(주는 만큼 받기)’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신의 자산을 기부하면 기부도 하고 연금도 받을 수 있는 ‘지속적이고 현실 가능한’ 나눔 방안을 국내에도 만들고 살려 나가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는 부동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대신에 살아있는 동안 부동산 운영 수익의 일부를 기부자에게 연금 형태로 주는 ‘자선나눔연금(CGA·charity giving annuity)’이 활성화돼 있다. 국내 세법에서는 이런 경우로 수익을 얻을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해 기부도 하고 세금도 물게 된다. 대신 대학병원이나 박물관에다 은퇴 자금을 기부하고 병원 서비스나 문화시설 활용 등의 혜택을 주는 식의 대안들이 은퇴 후 나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매달 받는 연금을 활용해 기부를 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다. 이러한 방식은 2000년 초반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름다운재단의 ‘은빛겨자씨기금’이다. 이 기금은 2003년 송래형 씨(68)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송 씨는 국민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기탁하며 홀몸노인을 위해 써줄 종잣돈으로 사용해달라고 재단 측에 부탁했다. 기금 설립 9년째를 맞는 올해 현재 은빛겨자씨기금에는 1000명의 기탁자가 내놓은 10억 원이 모였다.

즉흥적 감성적 기부를 넘어서 철저한 계획을 세워 은퇴자산을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 기부’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계획기부를 하는 비율이 45∼54세 26%, 55∼64세 22%, 65∼74세 20%, 75세 이상 15%였다. 오 교수는 “미국에서는 은퇴하기 전 15년부터를 계획기부의 시작으로 본다”며 “개인의 생활을 잘 유지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은퇴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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