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수정산단 분쟁’ 찬반 주민 ‘갈등의 골’ 어떻게 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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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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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수정산단 분쟁’ STX의 사업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옛 마산시) 구산면 수정만을 매립한 곳에 조선(造船)기자재 업체가 입주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5년 전쟁’이 시행자인 STX중공업의 사업 철회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380가구 1000여 명의 수정마을 주민이 찬반으로 나뉘면서 친구와 친척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지역공동체가 무너진 상태여서 후유증 수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 17일자 A16면 보도
STX중공업, 창원 수정産團조성 포기


○ 주민 갈등 해소가 ‘과제’

STX중공업의 입주를 반대해 온 주민들은 16일 저녁 수정마을 회관에서 자축연을 가졌다. 이들은 “의견 수렴도 없이 옛 마산시가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조선산업단지 조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어려운 싸움이었지만 결국 정의가 이겼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 측 박석곤 수정마을 STX주민대책위원장(58)은 “공장 입주를 찬성했던 일반 주민은 포용해야겠지만 STX와 옛 마산시 주장을 대변한 찬성 측 ‘수정뉴타운 추진위원회’ 임원들의 잘못은 반드시 짚어야 하고 도덕적인 책임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STX는 지역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향후 산업단지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찬성 측 주민들은 “STX가 완전히 이 지역을 떠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STX 관계자는 물론이고 창원시와 접촉해 진의를 파악한 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마을 인근 트라피스트 수녀원 오틸리아 수녀는 “수정산단 활용 및 처분방안, 지역 주민들 상처 치유 대책 등이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지 처분은 ‘불투명’

STX가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수정산단 27만6000m²(약 8만3600평)는 당장 처분이 어렵다. 공유수면을 조선 시설용지(기타 운송제조업) 조성 목적으로 매립해 5년 동안은 변경이 제한된다. 2009년 11월 매립사업이 준공됐으므로 2014년 11월이라야 목적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STX가 변경 신청을 하더라도 경남도와 창원시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혜 시비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산단 매각도 STX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협약서에 ‘시행자 귀책사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우선적으로 창원시에 환매 요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탓이다. 창원시가 STX 환매 요청을 수용해 이 땅을 사들여서 공익목적 등으로 활용한다면 좋겠지만 7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문제다.

창원시가 매입하지 않으면 STX는 용지를 임의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창원시가 사들여 다른 기업에 재매각하든 STX가 직접 처분하든 쉬운 문제는 아니다. 창원시 관계자는 “수정산단을 어떻게 처리할지 전혀 알 수 없다”며 “STX중공업 생각과 수정 주민 의견,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수정산단 ::


1994년 두산산업개발이 주택용지 마련을 목적으로 매립을 시작했다가 2006년 STX에 매립 시공권을 넘겼다. 2006년 5월 마산시와 STX가 협약을 체결한 뒤 2008년 4월 산업단지로 매립 목적이 바뀌었다. 2009년 6월 수정일반산업단지로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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