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리베이트’ 발언으로 의사들에게 고소당한 김진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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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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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전화하는 의사들, 부조리 관행 대안 제시해야”

김진현 교수 제공
김진현 교수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도 약가의 20%가 리베이트로 흘러간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한 이야기가 명예훼손이라니요.”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이 김진현 서울대 간호관리학과 교수(50·사진)를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11일 고소했다. 의료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뉴스에서 언급했던 일을 문제 삼은 것.

김 교수는 지난달 5일 TV 뉴스에 출연해 “같은 복제약인데도 비싼 게 많이 처방되고 싼 건 처방이 잘 안 돼요.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리베이트 말고…”라고 말했다.

전의총은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면서 개원의 중심으로 2009년 만든 단체. 이번 고소에는 의사 416명이 동참했다.

김 교수는 매우 당황스럽다는 반응. 그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두 아는 상식적 내용을 말했지, 특정 직종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당시 건강보험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17분가량 얘기했다. 리베이트는 마지막에 한마디 언급했다”고 말했다.

TV 인터뷰가 나가자 이틀 동안 연구실 전화에 불이 날 정도로 항의가 많았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험한 말을 담은 e메일도 쏟아졌다.

김 교수는 “복제약을 못 믿겠다면 오리지널약을 써야 맞다. 똑같은 성분의 복제약 중에 비싼 약만 쓰는 것은 리베이트 말고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의 효과 및 이상반응 평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가 의사들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고혈압 약의 효과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약가를 깎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었다.

의료계는 임상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한다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고혈압 약값을 일괄적으로 20% 인하했다.

김 교수는 “당시 연구는 독일 스웨덴 영국 미국 등 외국의 치료제 평가 기준을 참고해서 진행했다”며 “오류가 있다면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공청회에서 말했는데 처방해 보면 안다는 식의 비난만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외국에서는 의사가 약효를 평가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점도 아쉽다. 약효가 비슷하니 약가를 깎자고 주장했는데 제약사가 아닌 의사가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서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게 있으면 가리겠다고 말했다. 부조리에 관행이 있다면 스스로 정화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지 의사 이익에 반하는 목소리는 무조건 잠재우겠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김 교수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리베이트 관행이 굳어진 데는 정부가 비싼 복제약가를 유지한 탓이 크다는 것. 그는 “정부가 제약산업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환규 전의총 대표(49)는 “의사가 리베이트 때문에 비싼 약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항변할 필요가 있었다”고 고소 동기를 밝혔다.

노 대표는 “오리지널약과 국내 복제약의 성분이 같고 부작용이 일정하다고 믿을 수 없다. 복제약 허가 과정이 부실한데 그조차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다. 오리지널약을 쓰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비를 삭감하므로 비싼 복제약을 쓰는 것”이라며 김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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