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감사원 경고, 금감원이 무시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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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 PF대출 위험성 축소, 대손충당금 덜 쌓았다”

감사원이 5년 전에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당분류 사실을 적발해 금융감독원에 강하게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따르지 않은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영업정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금감원의 방만한 관리·감독 때문에 결국 대규모 부실과 영업정지로 이어져 예금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2006년 9∼11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감사 결과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위험성이 높은 PF 대출을 일반 대출로 분류해 대손충당금(대출 손실에 대비해 고객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두는 돈)을 적게 쌓은 사실을 적발해 금감원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저축은행 11개가 1956억 원(28건)을 대출하며 대손충당금을 기준보다 42억9000만 원 적게 쌓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추진이 2년간 지연된 PF 대출 3209억 원 가운데 2123억 원(66%)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고 △PF 대출금의 48%를 선(先)이자 방식의 수수료로 받는 등 폭리를 취하는 사례를 적발해 금감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1인 대주주가 소유하는 저축은행은 내부통제가 약해 불법 행위가 많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자금세탁 등 수법도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후에도 저축은행의 비리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고 지난해 감사에서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그룹은 금감원의 감시를 피해 2008년 7월∼2009년 6월 19개 업체에 PF 대출을 하며 무려 790억 원의 대출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또 금감원 검사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수천억 원대의 불법대출이나 분식회계 정황이 포착됐지만 금감원 직원이 이를 은폐하는 등 금감원과 저축은행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12일 금감원의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확인서 등 검사 관련 서류를 모두 넘겨받아 검사 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검사에 참여한 금감원 직원과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을 불러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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