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부천 ‘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 가동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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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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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짜리 무용지물 전락 우려

경기 부천시가 지난해 5월 150억여 원을 들여 오정구 대장동 생활폐기물처리장에 완공한 ‘생활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 이 시설은 그동안 수시로 고장이 나 작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가 지난해 5월 150억여 원을 들여 오정구 대장동 생활폐기물처리장에 완공한 ‘생활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 이 시설은 그동안 수시로 고장이 나 작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가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생활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MBT)’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혈세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T는 생활쓰레기 가운데 불에 타는 폐기물을 골라내 압축한 뒤 고체형 연료(RDF)를 만드는 첨단 설비다. RDF는 발전소나 제지공장 등에서 연료로 사용한다.

12일 부천시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소각에 따른 대기오염을 줄이고,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2008년 10월 150억여 원을 들여 오정구 대장동 생활폐기물처리장 내에 MBT를 착공했다. 지난해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부천 MBT는 강원 원주시와 수도권매립지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들어선 것이다. 당초 하루 220t 정도 발생하는 부천지역 생활폐기물(음식물쓰레기 및 재활용품 제외) 가운데 90t을 처리해 55t의 RDF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젖은 폐기물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불이 붙거나 컨베이어, 파쇄기 등에서 폐기물이 걸려 가동이 중단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70차례 이상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 수시로 고장이 났다. 또 올 들어 연료 형태를 만드는 핵심 부품인 성형기 3대 가운데 2대에서 중심축이 기울어져 수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MBT에 73t의 고형 쓰레기를 넣어 처리하면 29t(목표 대비 52.7%)의 RDF를 생산하는 데 그쳐 당초 설계된 처리량을 크게 밑돌고 있다. MBT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시는 부천지역에서 하루 발생하는 생활쓰레기(250∼270t)의 20∼25%인 50∼70t을 수도권매립지에 묻고 있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특히 시의회는 시가 당초 MBT를 건설하게 된 배경과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최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사업추진 과정과 MBT가 당초 설계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공정에 문제가 발생한 원인 등도 규명하기로 했다. 시도 MBT가 완공된 지 1년이 됐지만 시공업체인 D건설로부터 시설을 인수하지 않고 있다.

결국 D건설이 MBT의 성능을 설계대로 맞추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가동이 불가능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시는 MBT를 완공한 뒤 하루 생활쓰레기 80∼100t을 처리하던 오정구 삼정동 쓰레기소각장을 폐쇄했기 때문에 앞으로 매립지 처리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시가 공사를 발주할 때 제시한 입찰안내서에는 쓰레기의 함수율이 22.1%로 설정돼 있으나 실제로 MBT에 반입되는 쓰레기는 100%가량 수분이 더 많다”며 “이 때문에 MBT의 성능이 떨어지고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입찰안내서의 함수율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MBT의 쓰레기 처리량이 절반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시설을 넘겨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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