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자녀납치사기’ 보이스피싱, 피해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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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월 전년비 50% 증가…피해규모 230억원
경찰, 방통위 협조하 국제전화에 `음성경고' 도입 추진

꾸준히 감소하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경찰은 오전 10시를 전후로 '자녀를 납치했으니 돈을 송금하라'는 내용의 사기전화가 50대 중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걸려오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은 11일 올해 1~4월 보이스피싱이 2196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477건에 비해 48.6% 늘었다고 밝혔다. 피해액도 149억원에서 230억원으로 증가했다.

보이스피싱은 2008년 8454건(피해액 87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듬해 6720건(피해액 621억원), 지난해 5455건(피해액 553건)으로 꾸준히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생 시간대를 보면 오전 10시대 22.4%, 오전 11시대 18.6%, 오전 9시대 13.4%,낮 12시대 11.6%, 오후 3시대 8%, 오후 1시대 7.6%, 오후 2시대 7.0% 등 낮 시간대에 집중됐다.

피해자 연령별로는 50대가 37.3%로 가장 많았고 40대 19.5%, 60대 17.9%, 30대 9.9%, 20대 7.7% 등의 순이며 피해자의 90% 이상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사기에 속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형별로는 예전에는 뜸했던 자녀납치 빙자가 27.4%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수사기관 사칭 27%, 금융감독원 사칭 15.1%, 우체국 사칭 12.7%, 은행 사칭 12.7%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와 부모의 휴대전화 번호를 동시에 파악한 범인이 일단 자녀에게 무차별로 욕설 전화를 걸어 전원을 끄도록 한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자녀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울면서 다급하게 '살려달라'고 연기를 하는데 자녀와 연락이 안 되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외국에 총책을 두고 국내에 통장모집책, 인출책, 송금책 등을 두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면서 추적을 피하는 데다 발신번호를 공공기관번호로 조작하는 등 지능화하면서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 발신번호를 조작한 국제전화를 아예 차단하거나 전화를 받기 전에 음성으로 국제전화라는 사실을 경고하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보이스피싱 주범이 외국에 거주하는 점을 주목, 중국과 정기적인 실무회의를 열고 핫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수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지 조직 검거를 촉구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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