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맞춤형 ‘어린이 환자복’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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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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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환자복… 아픈 마음도 ‘활짝’

서울시 관계자가 맞춤형 환자복을 입은 어린이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가 맞춤형 환자복을 입은 어린이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어린이 환자용 손싸개.
어린이 환자용 손싸개.
일곱 살 푸름이(가명)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뇌출혈을 일으켜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비싼 수술비와 입원비 등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게 된 미혼모 엄마는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푸름이를 복지시설에 맡기고 어디론가 떠났다. 푸름이는 아직 말도 잘 못하고 그늘진 얼굴이지만 가끔 기분이 좋으면 엄지손가락을 세우곤 한다. 그런 푸름이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활짝 웃고 있다. 얼마 전부터 새로 생긴 알록달록 환자복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디자인과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립 어린이병원 제51 아동병동을 찾아 ‘맞춤형 어린이 환자복’을 전달했다. 푸름이가 입고 있는 환자복도 바로 이것. 이날 병원을 찾은 공공디자인과 직원들은 환자복뿐만 아니라 △턱받이 △간호사·자원봉사자용 앞치마 △이불 등 침구류 △환자용 특수의자 △무릎패드 △식사용 의자 커버 △손싸개 등을 함께 전달했다.

맞춤형 환자복이 탄생하기까지는 시립 어린이병원 간호사들의 노력이 컸다. 지난해 10월 창의지식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어린이 환자 특성에 맞는 환자복을 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미적 부분도 고려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시 공공디자인과는 환자를 배려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김인경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를 총책임자로 임명해 제작에 나섰다. 김 교수를 비롯한 개발진은 창백한 아이를 위해 환자복에 난색계열을 사용해 안정감을 줬다. 숙면을 취하는 데 효과를 주는 파스텔 톤 핑크색도 사용했다. 생활에 활력이 생길 수 있게 곳곳에 밝은 계열 색으로 효과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지 색에만 신경 쓴 게 아니었다.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옷 밑위를 더 길게 만드는 등 곳곳에 환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옷을 갈아입기 쉽게 하면서도 입고 있을 때는 잘 안 벗겨지게 강화단추를 사용했다. 단추 구멍도 사선으로 비스듬히 만들었다.

간호사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뽑힌 문구도 곳곳에 새겨 넣었다. 자원봉사자 앞치마에는 “엄마처럼 돌봐줄게”, 간호사 앞치마에는 “사랑해요”, 환자용 턱받이에는 “힘내라” 등 감성적인 문구를 각각 새겨 환자뿐만 아니라 돌봐주는 이들이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단지 기능성을 강조한 딱딱한 환자복에서 탈피한 것. 반응도 뜨겁다. 한기숙 시립 어린이병원 간호사는 “칙칙했던 병원 분위기가 화사하고 부드러워졌다”며 “아이들도 기뻐해 치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시립 어린이병원에 맞춤형 환자복을 시범 적용한 뒤 국공립 및 민간 어린이병원에서도 디자인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정상기 서울시 공공디자인과장은 “전국에 있는 노인 환자를 위한 환자복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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