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대전’ 인수 과정… 당국, 부실규모 파악않고 승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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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편법 묵인한 정황”… 檢, 금감원 부국장급 영장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편법 행위를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전저축은행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M&A를 승인했고 이후 대전저축은행이 정상화됐는지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1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8년 11월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 KTB투자증권이 대전저축은행에 증자를 통해 1120억 원을 투입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까지 올리는 조건으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그러나 앞서 대전저축은행 실사에 나섰던 국민은행은 정상화를 위해 1675억∼4099억 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로 미뤄볼 때 금융위가 대전저축은행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조사하지도 않고 M&A를 승인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기존 대주주와 새로운 대주주는 각각 부실 책임과 증자에 대한 부담이 커 정확한 부실 규모 파악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위는 대전저축은행의 업무보고서만 믿고 M&A를 승인해줬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된 저축은행이 영업구역을 벗어나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줬다. 증자 후 BIS 비율 8%를 맞춰야 지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도 1년간 유예했다. 이에 대전저축은행은 서울 명동과 논현동 잠실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노른자위 땅 다섯 곳에 지점을 냈다. 그러나 증자 후 대전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5%를 넘지 못했고 1년 후에도 8%에 미달했지만 금감원은 이들 지점의 영업정지 및 인가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감사원이 지난해 1∼4월 저축은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최근 넘겨받아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또 검찰은 10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업무를 총괄하며 불법대출 사실 등을 묵인하고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체포한 금융감독원 부국장급 팀장(2급) 이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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