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 악몽’ 4년 만에… 砂丘 숨쉬는 해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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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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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태안해변길
砂丘-사구.모래언덕-DUNE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충남 태안군 해변길을 걷다 보면 봄의 정취와 바다의 시원함, 각종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다음 달 4일부터 해안길 전체 구간 중 ‘솔모랫길’과 ‘노을길’을 개방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충남 태안군 해변길을 걷다 보면 봄의 정취와 바다의 시원함, 각종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다음 달 4일부터 해안길 전체 구간 중 ‘솔모랫길’과 ‘노을길’을 개방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충남 태안 해변은 2007년 12월 7일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오염된 지역’이란 이미지를 가졌다. 실제 당시 사고로 태안군과 서산시 양식장, 어장 등 8000여 ha(약 2420만 평)가 오염돼 각종 어패류가 폐사했다. 또 만리포 천리포 안면도 등 다수의 해안에 기름띠가 생겨 일대 환경이 훼손됐다. 이후 각종 정화작업과 자연의 회복력으로 인해 태안 해변의 생태환경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다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다음 달 4일 태안 지역 해안을 따라 걸으며 생태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태안해변길’ 일부 구간이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3일 밝혔다. 기자는 태안해변길 전체 구간인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학암포∼고남면 고남리 안면도 영목항(120km) 중 다음 달 초 개통되는 ‘솔모랫길’과 ‘노을길’을 지난달 28일 미리 탐방했다.

○ 선택에 따라 다양한 코스

태안읍에서 국도 77호선을 따라 20분가량 이동해 몽산포 해변(충남 태안군 남면)에 도착했다. 몽산포에서 드르니항에 이르는 태안해변길 13km 구간은 ‘솔모랫길’로 지정됐다. 해변 일대에 형성된 사구(砂丘·모래언덕) 위로 심어진 방풍림 사이에 숲길이 나 있었다. 숲길을 걸으며 소나무를 보니 몸통이 자주색이었다. 공원공단 태안해안사무소 김태 탐방시설과장은 “이 지역 소나무는 곰솔”이라며 “곰솔은 염분에 강해 1950년대 이후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심어졌다”고 설명했다.

30분가량 걸어보니 기존 둘레길이나 산책로와 다른 태안해변길만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탁 트인 바다와 고요한 숲 속의 생태환경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해변을 따라 산책하되 모래사장을 걷는 것이 아니고 해변 옆 숲길이나 마을길 등을 따라 걷다 보니 앞을 보면 숲길이지만 고개를 돌리면 바다 풍광이 보였다. 은은한 솔향기와 바다 냄새를 동시에 맡으며 파도 소리를 듣다 보니 많이 걸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발바닥의 촉감도 좋았다. 솔모랫길 구간은 오랜 기간 방풍림에서 떨어진 낙엽이 황토 모래 등과 섞여 부패하면서 부드러운 토양이 됐다. 또 단일 코스로 된 기존 산책로와 달리 태안해변길은 군데군데 갈래길이 나왔다. 선택에 따라 바다에 바짝 붙어 가거나 내륙 쪽 마을길, 숲 속 농로 등을 산책할 수 있었다.

다양한 코스만큼이나 여러 형태의 생태환경도 인상적. 숲길을 걷다 보니 바닥이 조금씩 솟아오른 모습이 보였다. 두더지가 땅 밑을 지나간 흔적이었다. 자연자원의 보고라는 ‘습지’도 눈에 들어왔다. 이 밖에 메밀밭, 해당화 군락지, 백합 재배장, 모래포집기(대나무로 만든 틀로 모래언덕이 깎이는 현상을 막는 장치) 등 볼거리가 많았다.

○ 지역 문화와 환경의 조화

해변길을 따라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바위는 태안군 남면 원청리의 ‘자라바위’로 말 그대로 자라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형상이었다. 원청리 일대는 별주부전 설화 유래지로 현재 ‘별주부 마을’로 불린다. 실제 마을 일대 지명은 묘샘(토끼가 간을 떼어두고 온 장소), 용새골(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온 곳) 등 별주부전에 나오는 지명과 일치했다. 솔모랫길 구간 끝에 위치한 드르니항에 도착하니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또 다른 항구인 백사장항(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이 보였다. 향후 이들 항구 사이에는 약 260m 길이의 인도교가 놓이게 된다. 항구에는 수산물시장이 형성돼 있어 산책 중간에 주꾸미 등 계절별로 나오는 해산물도 먹을 수 있다.

태안해변길은 각 지역의 특징에 따라 바라길 유람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바람길 등 6개 구간으로 나뉜다. 노을길 일부 구간은 나무로 만든 데크가 설치돼 있었다. 걷기는 편했지만 자연스럽게 길을 살리기보다는 인공적으로 너무 손을 댔다는 느낌이 강했다. 경치가 좋은 곳에는 전망대도 설치돼 있었다.

해변 곳곳에 설치된 ‘독살’도 흥미로웠다. 독살이란 모래사장에 둥그렇게 돌을 쌓아 썰물 시 물만 빠지고 물고기는 남게 하는 전통 어획 장치다. 노을길 중간에는 다수의 염전이 연결돼 있는 염전길과 새우 양식장 등 어린이가 신기해할 장소도 많았다.

○ 내년 유람선 이용한 산책로도 개통

내년에는 학암포에서 만리포까지의 바라길(28km), 만리포에서 몽산포까지 이어지는 유람길(38km)과 곰배길(53km) 구간이 개통된다. 바라길의 경우 기름 유출사고 당시 방재용으로 임시 개설했던 도로를 해변길로 개조한 구간이다. 유람길은 모항항에서 출발해 신진도항과 몽대항을 잇는 38km의 길이다. 이 구간을 왕복하는 유람선 운항도 추진된다. 2013년에는 꽃지에서 영목항까지의 샛별바람길(29km) 구간이 개통된다.

태안=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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