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소지” 플리바기닝制 도입 제동… 국무회의서 ‘法-檢 갈등’ 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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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법무 “선진국서 시행” 국무위원 설득 안먹혀…
“김총리가 법원입장 두둔” 檢 회의결과 놓고 불만

주요 범죄에 대해 진술하는 대가로 범죄자의 형량을 줄이거나 기소를 면제해 주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제도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3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형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심의를 유보했다. 논란이 되는 법안 조항들이 대부분 차관회의에서 사전에 걸러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날 회의 결과가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대법관 출신인 김 총리가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사안을 법원 입장을 들어 보류했다”는 불만이 적잖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형법 개정안에는 여러 사람이 관련된 범죄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사건 규명이나 범인 체포에 도움이 되는 진술이나 증언을 한 사람에 대해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형소법 개정안은 부패 마약 강력 테러 등 범죄에 대해 중요한 진술을 한 경우 아예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검찰의 수사편의적 측면이 강조된 것 아니냐” “(피해자의)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인 만큼 국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요 참고인이 2회 이상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 검사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구인할 수 있도록 한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에 대해서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 제도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김 총리는 “사회적 논란이 있고 반대가 많은 개정안이므로 심사를 일단 보류하고 숙려기간을 통해 국무위원들이 내용을 더 검토한 뒤 통과시켜도 늦지 않다”고 정리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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