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놀이터 가면 놀아주는 형-누나들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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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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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살아나는 놀이터 문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울잠전초등학교 앞 잠실본동근린공원 놀이터에서 20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놀고 있다. 송파구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 ‘친구야 노올자∼’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빈 공터가 돼 버린 동네 놀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송파구 제공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울잠전초등학교 앞 잠실본동근린공원 놀이터에서 20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놀고 있다. 송파구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 ‘친구야 노올자∼’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빈 공터가 돼 버린 동네 놀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송파구 제공
신나게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 앞에 한 아이가 다가왔다. 숫기 없는 아이에게 사회복지사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너도 같이 할래?”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며 답했다. “뭐하는 건데요?” 사회복지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일단 하자” 놀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21일 오후 3시 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울잠전초등학교 앞 잠실본동근린공원 놀이터. 20여 명의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피구놀이를 하고 있었다. 코 흘리는 1학년부터 교복을 입은 중학생까지 학년도 다르고 얼굴도 다르다. 서로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어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 이곳에 모여 피구, 이어달리기, 비사치기 등을 함께한다. 송파구 잠실복지관의 놀이터 문화활동 ‘친구야 노올자∼’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된다.

○ 아이들 웃음소리 되찾은 놀이터


과거 동네 놀이터는 아이들로 넘쳐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 놀이터는 빈 공터가 돼버렸다. 아이들의 흥미가 컴퓨터 게임 등으로 바뀐 데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등에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래되거나 낡은 놀이터는 청소년 탈선 장소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런 동네 놀이터를 다시 아이들 사랑방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놀이터 시설을 바꾸는 것에 머물지 않고 놀이터 안에서 누구나 뛰어 놀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

송파구 놀이터 문화활동 ‘친구야 노올자∼’가 시작된 것은 2년 전부터. 처음엔 지역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지만 2시간 넘게 아이들과 놀아줄 체력 좋은 아줌마 자원봉사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엄마 같은 아줌마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아이들 역시 꺼리자 복지관은 젊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모집했다. 백경진 사회복지사(28)는 “처음엔 아이들이 우리를 낯설어해 괜히 방해가 될까 걱정도 들었지만 ‘놀이터에 함께 놀아주는 형 누나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평균 20∼30명, 많게는 50∼60명까지 몰리자 복지관은 이달부터 1주일에 한 번 열던 것을 두 번으로 늘렸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이날 현장에서도 ‘이어 달리기’가 끝나자 몇몇 학생은 “학원 간다”며 빠졌고 동시에 “학원 끝나고 왔다”며 교복 입은 중학생들이 합류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 자녀들 중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한 학부모는 “내가 직장을 다녀 아이를 잘 돌봐주지 못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부터는 놀이터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성격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에서 해답 찾는 서울시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친구야 노올자∼’ 자원봉사자로 나선 여대생 윤주원 씨(20)는 “사회성 부족한 요즘 아이들에게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능력을 길러주고 놀이를 통해 단체 생활을 하는 규범을 가르쳐 주려 한다”고 말했다.

‘놀이터 살리기’ 운동은 최근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최근 침체된 동네 놀이터를 동네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는 ‘어울림 공원 조성 사업’을 발표했다. 1062개 서울시내 어린이공원 내 놀이터 중 강서구 금천구 강북구 동작구 등 4곳을 시범사업 공간으로 지정했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어울림 공원 조성사업은 단순 시설 교체가 아니라 놀이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놀이터 활용방안’ 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열었다. 관악구는 ‘가족형 공간’을 주제로 아이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상상 놀이터’ 25곳을 최근 만들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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