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자력 전문가 후지이에 교수에 장순흥 교수가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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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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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전력공급 끊겨도 자연냉각 가능케 설계를”

18일 오후 대전 KAIST 영빈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공업대 후지이에 요이치 명예교수(왼쪽)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와 이야기하고 있다. KAIST 제공
18일 오후 대전 KAIST 영빈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공업대 후지이에 요이치 명예교수(왼쪽)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와 이야기하고 있다. KAIST 제공
“사고 지점에서 200km 떨어진 도쿄(東京)도 방사성 물질 피해가 없는 만큼 1000km 이상 떨어진 한국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인 후지이에 요이치(藤家洋一)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전 일본원자력위원회 위원장)는 18일 동아일보가 마련한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인한 한국의 피해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후지이에 교수는 “이웃나라인 한국에 불편을 끼쳐 미안한 마음”이라며 “일본 원전 사태에 대해 한국에 먼저 설명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방한 이유를 말했다.

그는 18, 19일 KAIST가 대전에서 개최한 ‘한일 원자력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대담은 ‘한일 원자력전문가 회의’를 주도한 장 교수가 질문하고 후지이에 교수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방사선 준위가 아직 높아 내부 접근이 어렵지만 후쿠시마 현의 방사선 피폭량은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도쿄전력이 9개월 안에 냉각 기능을 복원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에 예상되는 피해는….

“사고 지점에서 200km 떨어진 도쿄도 방사성 물질 피해가 없다. 1000km 이상 떨어진 한국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에서는 고리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하게 작동될 수 있는데도 사용 연한을 이유로 원전을 폐기하는 것은 문제다. 안전성을 철저하게 점검한다면 수명을 연장해 가동해도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용 연한이 아니라 지진해일(쓰나미) 때문에 문제가 됐다.”

―이번 원전 사태의 교훈과 대처의 문제점은….

“예기치 못한 쓰나미로 원전의 전기 공급이 끊겨 냉각펌프 가동이 중단된 것이 문제였다. 차세대 경수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연냉각이 가능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안전관리의 중요성도 알았다. 사용후핵연료를 대폭 감소시키면서 고유의 안전성을 가진 소듐 냉각 고속로 등 제4세대 원자로 및 핵주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원자력은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안전성을 확보할 때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사고 대처 매뉴얼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

“일본은 매뉴얼이 잘 발달됐지만 쓰나미 같은 사태는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일본의 매뉴얼은 사후 대처보다 사고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지진보다 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합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이런 리더십을 가진 인력을 육성하고 교육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에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끼리는 한국과 정보 교류가 활발했다. 장 교수가 일본 대사나 나에게 직접 또는 e메일로 원전 외벽 냉각의 필요성을 제기해 실제로 그런 의견이 원전 사태 대처와 이번 로드맵에 많이 반영됐다.”

―편서풍을 감안할 때 중국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다.

“스리마일 섬 사고(1979년 발생한 미국 최초의 원전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경수로 사고가 당장 인명피해를 동반하지는 않는다. 중국도 원전을 경수로로 건설해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한중일 간 협조체계가 중요하다. 앞으로 민간 차원부터라도 한중일 원전 전문가 회의를 1년에 한 번씩 할 계획이다.”

정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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