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장들 ‘벤처기부’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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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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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40대 자수성가형 자본가 주도, 전문지식 활용,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비영리단체와 협력, 기부에 대한 성과 측정….

기부를 투자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벤처기부(venture philanthropy). 1990년 후반 미국에서 시작돼 2000년대 유럽으로 퍼졌다. 1999년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불며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자산가들이 벤처 기부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벤처기부는 아직 개념조차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부의 저변이 다변화되고 점차 많은 사람이 기부를 하는 동기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꼽고 있어 벤처기부가 한국사회에 새로운 기부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재단이 2009년 한국인의 기부문화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부에 영향을 미친 내적 동기로 동정심(72.9%), 개인의 행복감(65.4%)에 이어 시민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54.8%를 차지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서경원 사무국장은 “기존 고액기부자가 장학재단 설립이나 장학금 기부 등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벤처기부자들은 비영리단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부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벤처기부의 세 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기부는 투자다=벤처기부는 기부를 단순한 자선 행위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본다. 자선 행위에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기부의 투명성과 책임성과 함께 전략적이고 지속가능한 나눔을 강조한다. 1988년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폴 투돌 존스가 설립해 뉴욕의 빈민구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로빈후드재단도 비용 대비 효과에 중점을 둔다. 노숙인에게 1달러를 지원하면 18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것. 아름다운재단이 ‘만 원의 나비효과’ 캠페인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낸 기부금 1만 원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부는 참여다=아이디어나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조직(NPO)이나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 1965년 설립돼 벤처기부의 원형으로 알려진 필리스 트러스트(Phyllis Trust·현재 앤드루스 자선 트러스트로 알려짐)는 옥스팜이나 액션에이드, 헬프디에이지드 같은 자선단체의 설립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도 관심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탈리아의 올트르 벤처재단. 이들은 이민자를 비롯해 청소년 범죄, 가정 문제, 주거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기관과 기업들을 돕고 있다.

▽기부는 모험이다=또 다른 특징은 기부를 벤처 개념으로 본다는 것.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쌓아온 전문지식을 기부에 다양하게 접목한다. 또 젊었을 때 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새로운 영역에 기부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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