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 부족한 한국교육…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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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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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진로 고민 되세요? 흥미부터 파악하세요

《대학생 김모 씨(23·여)는 올해 서울의 사립대 사학과에 편입했다. 원래는 다른 대학의 경영학과에 다녔다. 인문계 학과 중에서는 경영학과가 취업이 잘된다는 주위 사람의 조언에 따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 들어간 뒤에 전공보다 역사에 재미를 느꼈다. 박물관을 자기 집처럼 자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2년간 편입을 준비해서 원하던 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진로에 대해 진작 고민했다면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진로교육은 일회성 상담과 달라

김 씨는 중고교 시절에 진로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실제로 국내 진로교육은 빈약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에 따르면 진로교육 지표는 현장실습 25위, 직업박람회 참가 빈도 24위, 기업체 방문교육 26위로 최하위다. 학업성취도가 최상위권인 점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상담 전문교사를 학교마다 배치하고 ‘진로와 직업’ 교과목을 강화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 과목을 통해 진로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50%에 그쳤다.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더욱 높아졌다.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여러 활동을 했던 학생이 유리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노려 고가의 진로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수십만 원이나 하는 1회성 진로컨설팅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자녀를 관찰하고 꾸준히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관찰·대화를 통해 흥미와 성향을 파악

중학교 1학년 A 양은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A 양은 “안 잘리니까”라고 답했다. A 양을 상담한 진로상담업체 와이즈멘토의 허진오 팀장은 “이 대답을 통해 아이가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사라는 직업 자체에 큰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녀와 대화를 나누면 직업에 대한 흥미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흥미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제는 자녀가 좋아하는 일 중에 어디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를 가려내야 한다는 점.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영화감독이나 배우가 되고 싶다면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줄줄이 꿰고 있다거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한다면 향후 진로와 연계되는 흥미로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관련된 직업이 감독, 배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알려주면서 진로의 범위를 좁혀나가야 한다.

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경우는 자녀가 진로탐색 자체에 관심이 없을 때다.

중2 아들을 둔 학부모 김인혜 씨(43·여)는 “아들이 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기에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만 말했다”고 했다.

이런 학생이라면 자연스럽게 진로 탐색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자녀의 행동을 관찰하고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찾아서 칭찬해주는 게 좋다. 유명인의 자서전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강요하기보다는 “오늘은 이런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이런 방식으로 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더라”는 식으로 대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초중고 3단계 진로교육

진로교육은 학생의 연령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초등학교는 흥미를 발견하는 시기. 자기가 좋아하는 점을 찾도록 하려면 다양한 활동 경험이 필요하다.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진다면 어느 한쪽을 강요하지 말고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꾸준히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중학교는 성격과 적성을 파악할 시기다. 심리적성검사를 받는 편이 좋다. 결과를 지나치게 중요시할 필요는 없다. 송경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그동안의 진로교육은 지나치게 검사 결과 위주이거나 부모가 선택해주는 직업 위주였다”며 “검사 결과로 나온 직업이라도 자녀에게 정해주는 식으로 말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러 업체가 진로 관련 검사를 개발했는데 무료로 해볼 수 있는 것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커리어넷’은 심리 및 적성검사 항목을 무료로 제공한다. 시도교육청 산하 진로정보센터 홈페이지도 마찬가지.

부모와 학생 모두 검사 결과에서 나온 직업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어떤 성향과 적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추천 직업군이 학생의 흥미와 일치한다면 어떤 직업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고등학교는 적성과 더불어 능력을 보고 선택할 시기. 대부분 2학년 때에 문·이과를 선택해야 하므로 그전에 적성과 능력에 대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이후에는 진학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진학 목표를 세우도록 해야 한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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