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폭침 당일 北 연어급 장수정 이상징후 알고도 대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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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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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 1년 맞아 화력 훈련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육군 1군단 주관으로 2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승진훈련장에서 통합화력훈련이 실시됐다. K136 다연장 로켓포가 사격을 하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폭침 1년 맞아 화력 훈련 천안함 폭침 1년을 맞아 육군 1군단 주관으로 2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 승진훈련장에서 통합화력훈련이 실시됐다. K136 다연장 로켓포가 사격을 하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24일 발간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는 △사건 발생 전 군 당국의 허술한 대북 경계태세 △사건 직후 초동조치의 혼선 △사고 조사과정의 미비점 △대국민 소통 부족 등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군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의 전철을 다신 밟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에서 냉철히 평가했다”고 말했다.

○ “사라진 잠수정 알고도 대비 소홀”


백서는 북한의 기습 가능성에 대한 미흡한 정보분석과 대비 소홀로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2009년 11월 대청해전 직후 북한 잠수정이 서북해역으로 은밀히 침투해 어뢰로 아군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가 천안함 사건 발생 5주 전인 지난해 2월 18일 특이한 도발징후가 없다며 이를 해제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특히 폭침 사흘 전인 3월 23일부터 북한 해군 제11전대의 상어급 잠수함과 연어급 잠수정, 예비모선이 기지를 출항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고 사건 당일에도 기지를 떠난 연어급 잠수정과 예비모선 몇 척이 식별되지 않았지만 군 당국은 대잠 경계태세를 강화하지 않았다.

○ “늑장 부정확 보고…해명에만 급급”


사건 초기 군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따른 대응조치도 ‘자기반성’의 도마에 올랐다. 천안함 폭침 상황이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에 늑장 보고됐고 한미연합사령부에도 사건 발생 43분 뒤에야 전파돼 초기 대응에 지장이 초래됐다.

또 침몰 원인을 둘러싼 판단에 혼선을 빚는 바람에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도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강조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상황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초기 대응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아울러 생존자 구조와 북한 잠수함 추적 등에 중요한 사건의 최초 발생 시간이 부정확하게 보고됐으며, 야간열상장비(TOD)의 현장 영상 등 각종 자료들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해명에 급급한 언론 대응으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 “무리한 구조작전…생존 장병에 소홀”


탐색·구조작전 초기 치밀하게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천안함 함체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은 장병들에 대해 ‘69시간 생존 가능성’이 제시돼 함체 인양이 지연됐다고 백서는 반성했다. 여론에 떠밀린 무리한 구조작전으로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고, 잠수병 환자도 발생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또 해군 구조함과 소해함이 진해기지에서 현장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 20∼40시간이나 걸렸고, 청와대와 국방부, 일선 부대에 이르는 유기적 협조체제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정화 프로그램이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 “다른 기종 어뢰 공개…어처구니없는 실수”


군 당국은 천안함 사건이 유례가 없는 안보 위기사태였기 때문에 초기 합조단의 구성 과정에서 여러 미비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합조단이 지난해 5월 20일 종합사건발표 당시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어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종의 어뢰 실물 그림을 공개하는 실수를 범해 혼선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 “의혹 대처 잘 못해 국민 불신 자초”


사건 초기 군 지휘부가 국회와 각 정당 보고 등에 너무 자주 나가는 바람에 현장 상황 파악과 구조작업 등 후속조치에 어려움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이 기밀과 보안을 이유로 정보를 차단하고, 좌초설과 미군 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편향된 여론이 형성됐고 이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초래됐다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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