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들 “간접체벌 허용 학칙개정 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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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강원 전북교육청, 교과부 지침에 맞서
교과부선 “법적대응 검토”… 일선학교들 혼란

초중고교가 학칙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18일부터 발효된 뒤 진보교육감들이 학칙 개정을 막기로 결정해 학교마다 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3일 학교가 간접체벌과 관련된 학칙 개정을 검토할 수 있게 해달라는 공문과 간접체벌의 범위 및 주의사항을 담은 지침서를 시도교육청에 이달 말까지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제시한 간접체벌은 팔굽혀펴기, 교실 뒤에서 서 있기, 운동장 돌기 등.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경기 강원 전북도교육청은 교과부의 방침을 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 제일 먼저 체벌을 금지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제 막 체벌 금지 풍토가 자리를 잡는 중이다. 시행령이 개정됐어도 교육감의 인가권으로 학칙 개정을 막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간접체벌을 할 수 있게 학칙을 고치면 학생인권조례 위반으로 보고 제재할 방침이다. 조병래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조례가 시행령보다 하위 법령이지만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문제는 예외가 인정된다는 것이 법학계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체벌을 금지하는 학칙을 개정했다. 교과부 공문을 전달하겠지만 체벌을 안 하는 풍토를 만들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도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통해 간접체벌을 막을 계획이다.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은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

교과부의 간접체벌 허용 방침을 진보교육감들이 거부하는 이유는 초중등교육법 8조에 따라 교육감이 학칙 인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간접체벌을 허용하려고 학칙을 개정해도 교육감이 인정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교과부도 이 점을 인식해 올해 안에 해당 조항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2008년 11월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으나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간접체벌에 긍정적인 다른 시도의 교육감들도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는 학칙 인가권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교과부는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학칙을 교육청이 저지하면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이 간접체벌의 필요성에 합의하면 인정해야 한다. 시행령 거부는 교육감의 정당한 권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교과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서울 송파구 A고 교장은 “교과부에서 간접체벌을 허용한다고 해서 지도가 수월해질까 기대했는데 학칙 인가권이 교육감에게 있어 꼼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경기 성남시 B중 교감은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같이 개정해야 하는데 교과부가 성급하게 실효성 없는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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