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크린도어 1.65m를 뛰어넘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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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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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일어난 투신자살 사건은 1.65m 높이 난간형 스크린도어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메트로 제공
13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 일어난 투신자살 사건은 1.65m 높이 난간형 스크린도어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메트로 제공
서울지하철 내 자살 및 안전사고 예방 취지로 세워진 스크린도어. 2005년 본격적으로 설치 공사가 시작돼 4년 만인 2009년 12월 서울시 관할 노선인 1∼8호선 268개 역에 모두 들어섰다. 9호선(1차 개통 24개 역) 역시 마찬가지다. 효과는 만점이다. 지난해 1∼9호선 역내 안전사고는 부상 한 건뿐 자살이나 사망 사고는 한 건도 없다. 2009년 개통된 9호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13일 오후 2호선 강변역에서 이등병 한 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를 뛰어넘어 열차에 몸을 던진 것.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자살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및 지하철 운영업체 관게자들은 “스크린도어의 ‘틈’을 노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틈은 2호선 강변역과 건대입구역을 가리킨다. 현재 1∼8호선 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지하역의 경우 완전밀폐형(틈을 다 막은 형태), 지상역은 반밀폐형(완전밀폐형과 비슷한 2.3m짜리)으로 돼 있다. 강변역과 건대입구역만 1.65m 높이의 난간형 스크린도어가 들어선 것. 건장한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낮은 편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설치 초기인 2006년 기술 및 노하우가 부족해 난간형 스크린도어를 두 역에 시범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낮은 높이에 대해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고가 난 13일 이후에는 이를 즉각 개선하라는 시민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난간형 스크린도어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17일 밝혔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현재 스크린도어에 담을 쌓는 형태부터 2.3m짜리 반밀폐형 스크린도어를 새로 설치하는 방법 등을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외부 전문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9호선이 아닌 역은 더 심각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투신자살 시도 28건 중 대부분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국철 구간에서 일어났다. 이 구간 내 스크린도어 설치 비율은 20%. 2004년 신길역에 시범 설치된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은 182곳 가운데 37곳에 불과하다. 올해 추가로 설치되는 역은 4곳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전국 철도를 총괄하다 보니 수도권에 집중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전체 예산(1300억 원) 중 수도권 전철역용 스크린도어 설치 예산은 10% 정도.

코레일 관계자는 “틈을 노려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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