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3개월… 썰렁해진 춘천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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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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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손님 없어요” 음식점-임대업자 한숨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서 전철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왼쪽). 강원 춘천시 한림대 인근 주택가에 원룸 입주 학생을 구하는 전단지가 곳곳에 게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수도권 학생들의 통학이 늘면서 춘천의 대학가 하숙과 원룸촌은 빈방이 남아돌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서 전철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왼쪽). 강원 춘천시 한림대 인근 주택가에 원룸 입주 학생을 구하는 전단지가 곳곳에 게시돼 있다. 지난해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수도권 학생들의 통학이 늘면서 춘천의 대학가 하숙과 원룸촌은 빈방이 남아돌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싸고 좋은 방 있어요’ ‘하숙생 급구’.

강원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금 입주 학생을 찾는 하숙과 원룸 업주들의 글이 빼곡하다. 또 학교 앞 원룸촌 곳곳에 ‘원룸 임대’라는 간판 또는 전단지 등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대학가 하숙 등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 이런 사정은 한림대 주변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강원 춘천 지역 대학가가 썰렁해진 것은 지난해 12월 개통된 경춘선 복선전철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과 1시간 거리로 가까워져 하숙보다는 통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강원대 춘천캠퍼스는 수도권 지역 신입생이 1871명(52.4%)으로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서울 출신 학생은 682명(19.1%)으로 2007년(13.2%)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강원 출신 신입생은 38.7%로 지난해 43.2%에 비해 4.5%포인트 감소했다. 한림대 역시 서울 출신 신입생이 719명(35.5%)으로 지난해 29.2%보다 증가했다. 이 밖에 강원이 632명(31.2%), 경기 552명(27.3%) 순이다. 한림성심대도 서울 출신 신입생이 112명(7.7%)으로 지난해 5.3%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처럼 수도권 학생들이 늘면서 지역 대학가는 밤이면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 하숙과 원룸 업주들은 월세를 내리거나 초고속 인터넷 무료 사용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입주생들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림대 인근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26m²(약 8평)의 방을 보증금 50만 원, 월세 20만 원에 내놓았다. 주변 시세보다 월세가 5만 원가량 싼 것. 김모 씨는 보증금 100만 원에 난방비, 수도료 포함 월세 22만 원에 방을 내놓았지만 학생들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침대, 책상, 냉장고, 초고속 인터넷, 정수기 등 파격적 혜택을 주고 있지만 문의 전화조차 뜸하다”고 말했다.

대학가 음식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학기 신입생 환영회 등으로 붐비던 예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강원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38)는 “전철 개통으로 통학생들이 귀가를 서두르기 때문에 저녁 무렵 열리는 각종 모임도 줄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올해 말 용산∼춘천을 운행할 최고 시속 180km의 고속열차가 도입되면 이 같은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시가 지난해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과 관련해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민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역 상권 위축(33.4%)과 대학가 원룸 임대사업 위축(22.1%)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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