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담임이 자율적으로 수시평가··· 수업활동 평가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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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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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수시평가 어떻게···

서울지역 초등학생들은 올해부터 중간·기말고사 대신 담임교사가 출제하는 단원별 수시평가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동아일보DB
서울지역 초등학생들은 올해부터 중간·기말고사 대신 담임교사가 출제하는 단원별 수시평가를 치르게 될 전망이다. 동아일보DB
《서울지역 초등학생들은 올해부터 중간·기말고사 대신 과목별로 하나 또는 2, 3개 단원을 마칠 때마다 시험을 치르는 수시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의 성적평가를 중간·기말고사 체제에서 단원별 수시평가 체제로 전환할 것을 권장하는 ‘2011학년도 초등학교 평가 시행 계획’ 공문을 일선 초등학교에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학년별로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문항으로 시험을 치르는 정기고사를 지양하라는 것이 공문의 주요 내용.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학습 목표 도달 여부를 수시로 측정해 학업 성취도와 흥미를 높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새 학기를 맞이한 학생과 학부모는 당혹스럽다. 시험 방식과 관련해 당장 이번 학기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 앞으로의 초등 시험은 어떤 모습으로 치러질까. 평가의 기록과 통지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 시험, 어떤 모습으로 치러지나?


학교는 정기고사 폐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가 이 시행계획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실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엔 대부분 교육청 방침을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리 학교도 이미 수시평가로의 전환을 확정하고 학업성적관리규정을 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 계획의 골자는 평가 횟수 및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 ‘담임교사의 자율권’을 강화한다는 것. 각 학급 교사가 세부적인 수시평가 계획을 세우면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한다.

이에 따라 수시평가는 학년 단위가 아니라 반 단위로 실시된다. 같은 학년이라도 반마다 평가 횟수와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반에선 수학시험을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서술형 5문항 평가’의 방식으로 치른다면, 2반은 ‘두 단원이 끝날 때마다 객관식 6문항과 서술형 3문항 평가’로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의 정기고사는 교사 1명당 한 과목의 시험 문항 출제를 전담하고 학년 전체가 이를 일괄적으로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진 반면, 반 단위의 수시평가는 교사가 자신이 진행해 온 수업 내용에 알맞은 방식으로 대다수 과목의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면서 “단순한 ‘성적 산출’이 아닌 ‘학습목표 도달 측정’이라는 초등 평가의 본래 목적에 좀 더 부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가방식이 바뀌면 시험 횟수는 학기당 최대 30회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한 학기당 초등 교과서는 4학년을 기준으로 국어 7, 8단원, 수학 8단원, 영어 8단원, 사회 3단원, 과학 4단원으로 구성돼 있어 단원이 끝날 때마다 평가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의 지나친 부담감과 교사의 업무부담 증대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2∼4개 단원이 끝날 때마다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시교육청은 보고 있다.

■ 시험 내용은 어떻게 달라지나?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어떻게 달라질까. 수업 중 활동을 중심으로 한 평가문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수시평가 체제를 도입한 경기 군포시 한얼초등학교의 사례를 보자. 이 학교의 시험 문항은 대부분 수업 중에 했던 활동을 바탕으로 출제된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이 왜 ‘밑변×높이÷2’인지를 모눈종이 위에 삼각형을 그려보는 활동을 통해 배웠다고 하자. 교사는 학생이 얼마나 수업을 잘 따라오고 개념을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눈종이를 이용해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쓰라’는 식으로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는 것.

이 학교 최선희 교장은 “중간·기말고사에 맞춰 수학 공식을 ‘달달’ 암기하는 능력보다 평소 수업 시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개념을 이해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단원별 수시평가 전환에 따른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자료집을 내고 교과별 예시평가 문항도 보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시평가 문항은 객관식, 단답형, 서술형의 문제유형을 모두 포함하며 기존에 배포된 예시문항보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더욱 강조한 문항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 평가 결과 통지는 어떻게?

평가 결과의 통지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시행계획에 따르면 ‘평가 결과 통지는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개발, 활용하되 점수만 통지하는 등의 서열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라’고 되어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선 평가 결과 통지에 대한 세부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년 전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궁금해 하기 마련. 이에 지금까지 적잖은 초등학교가 자녀의 성적과 함께 중간·기말고사의 학년 평균 점수를 함께 통지했다. 그러나 바뀌는 체제에선 반마다 평가방식 및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학년 단위로 자녀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단원평가가 끝날 때마다 단원 학습목표, 학생의 성적, 학급 평균을 기재해 통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평가 계획은 기존의 수행평가 계획을 사전 공지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학기 초 가정통신문, 학부모총회,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리 알리도록 했다. 학교별·교사별로 다른 평가방식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가 학교의 전반적인 평가 일정을 파악하고 담임교사의 세부적인 평가 계획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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