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21명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국 대학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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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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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마주한 현실은 아주 냉혹하다’, ‘교수들의 황금시대는 갔다’, ‘지금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학 총장들의 고백이자 고민이다. 개혁과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느끼는 위기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주요 대학 총장 21명이 대학의 현실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3일 출간된 ‘새로운 대학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책(사진)을 통해서다. 대학 총장들이 뜻을 모아 책을 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울산대 총장 시절 출간을 주도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대학의 고민과 노력을 공유하는 책이 없다는 게 평소에 아쉬웠다. 그래서 지난해 울산대 총장으로 있을 때 대학 총장들께 e메일을 보냈더니 다들 선뜻 응해주셨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 책에서 대학의 경쟁력, 그리고 경쟁력의 주체인 교수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교수 사회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가 70%가 넘는데 무평가=무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정년 보장이 불성실한 교수를 위한 쓸데없는 제도라는 지적에 공감을 표하며 “정년 보장은 교수의 책무성은 간과하고 오히려 교육과 연구에 성실하지 않은 교수까지도 무조건 평생을 고용하는 단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간 경쟁력을 고려해 교수 사회의 봉급 체계도 경쟁을 유도하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들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 시점에 교수 사회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박범훈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전 중앙대 총장)의 설명으로 알 수 있다. “오늘날 대학 경쟁력이 교수의 교육 및 연구 경쟁력에 있음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교수들의 황금시대는 갔다”고 일갈했다. 대학이라 해서 경쟁의 울타리 밖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학 교육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이 잘했고, 교수가 잘 가르쳤다기보다는 배우는 학생들이 똑똑해서 스스로 알아서 미래를,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 나가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는 학부 교육이 대학 경쟁력의 기본임을 지적하며, 대학이 지난 십수 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에 대해 무관심하고 심지어 망각하고 있었다고 반성했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지금,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대학이 존재 이유를 얼마나 충실하게 충족시켜 왔는지 반추해봐야 한다는 의미.

오 총장은 “(대학이) 외국의 연구 성과를 수입해 전달하기에 바쁘지는 않았는지,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함께 나누는 진지한 인간애를 얼마나 발휘했는지, 예비 기득권층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1명의 총장은 대학이 변화와 혁신의 길목에 서 있다는 데 동감했다. 그리고 대학의 핵심은 교육에 있고, 교육의 핵심은 강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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