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시민들 “불안해 못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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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원자력硏방사능 관련 사고

“방사선 백색비상 소식을 듣고 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다 뉴스를 들었다는 회사원 김모 씨(40). 그는 “순간 나도 집으로 가지 말고 일단 대피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백색비상 발령 소식에 언론사와 연구원 등에는 사고 경위와 안전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번 백색비상은 20일 오후 1시 8분경 발령됐다.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연구시설에서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만드는 작업 도중 실리콘 덩어리를 담은 알루미늄 통(200×349mm)이 수조 위로 떠오르면서 방사선 준위가 기준치인 250μGy(마이크로 그레이)/hr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 알루미늄 통은 방사성 물질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중성자를 쬐면서 방사성 물질화했기 때문에 수조 위로 떠오르면 시설 내 방사선량이 크게 증가한다.

백색비상은 누출된 방사선이 건물 내부에만 영향을 미칠 때 발령된다. 연구원은 “원자로 사고를 알리는 3단계 비상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라며 “문제의 원자로 시설 내부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3명만 대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사능 관련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사상 처음으로 비상경보까지 발령됐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과정에서 양자광학연구센터에 보관 중이던 농축 우라늄 0.2g 등이 든 시료상자가 분실된 적도 있다. 엄격해야 할 핵 물질 관리와 보안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사고로 국제적 신뢰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쳤다. 2006년 11월 22일에는 연구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하나로 원자로 부근에서 작업 중 방사능이 높은 시설물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는 바람에 5분가량 방사선에 피폭됐다. 다행히 인체에 문제는 없었지만 관리 부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하나로 부속시설에서 불이 나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됐고 2005년 5월에도 극미량이긴 하지만 연구원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 요오드가 충남대 등지에서 검출됐다. 2004년 4, 5월에는 하나로에서 중수가 누출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의 방사능 사고에 이어 이번 백색비상으로 연구원과 하나로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알려지게 됐다”며 “연구원은 주민 피해가 없도록 정확한 상태를 밝히는 한편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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