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자력硏 6시간동안 ‘백색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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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방사선 기준치 초과… 외부 누출은 없어 밤 9시 해제


20일 오후 2시 32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방사선 백색비상’이 발령돼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외부 유출이나 인명 피해 없이 오후 9시경 비상 해지됐으나 6시간 넘게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분 하나로의 정상 운전 중 원자로 수조 아래 잠겨 있던 실리콘 생산용 알루미늄 통이 수면 위로 떠올라 원자로 상부의 방사선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은 사고 감지 이후 5분 뒤인 1시 8분 원자로 가동을 정지했고 2시 32분 ‘방사선 백색비상’을 발령했다.

알루미늄 통에는 중성자를 쬔 실리콘이 담겨 있으며 방사선은 물로 차단되기 때문에 수조 하단부에 보관한다. 이 통이 떠오르면서 원자로 건물 내의 방사선 준위가 기준치(250μGy/hr·Gy는 방사선 흡수선량 단위)를 초과함에 따라 비상을 발령한 것이다.

사고 당시 시설 내에 있던 직원들의 방사선 피폭량을 착용하고 있던 개인 선량계로 확인한 결과 각각 0.11, 0.63, 0.80mSv(밀리시버트)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허용 기준치인 20mSv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원자력연은 오후 8시 40분부터 수면에 떠오른 알루미늄 통을 가라앉히는 작업에 들어가 9시 5분에 완료했다. 홍남표 교과부 원자력국장은 “시설 외부로 누출되거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시 방사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 비상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알루미늄 통은 2008년 12월 하나로 수조에 설치됐다. 비상은 백색비상, 청색비상, 적색비상 등 3단계로 나뉜다. 원자로가 있는 건물 내부에만 영향을 미칠 경우 ‘백색비상’, 시설 용지에까지 미치면 ‘청색비상’, 용지 밖까지 영향을 주면 ‘적색비상’이 발령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모두 4차례 ‘비상’이 발령됐으며 모두 백색비상이었다. 최근 비상은 지난해 9월 17일 신고리 1호기에서 있었다. 4차례 비상 모두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발생했으며 연구용 원자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고로 원자력연 인근의 시민들은 불안감에 떨었다. 원자력연 주변에는 테크노밸리를 비롯해 도룡동과 신성동 등에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원자력연과 관련 기관, 언론사에는 방사선 유출 여부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하나로 ::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 최초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다. 1985년부터 건조하기 시작해 1994년 말에 완공됐다. 최대 열출력 30MW급이며 성능 면에서 세계 연구원 원자로 중 10위권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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