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서 침출수 유출 ‘먹는 물’ 첫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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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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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면 매몰지 인근 마을 지하수서 악취… 지난달 관정 폐쇄

지난해 12월 중순 구제역이 본격 확산된 이후 가축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킨 사례가 경기 김포시에서 처음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16일 각 지방자치단체 상하수도사업소를 취재한 결과 지난달 6일 김포시 월곶면 갈산리 내 A마을의 한 가정집 지하수에서 침출수에 오염된 물이 나와 해당 상하수도사업소가 긴급히 이 일대 지하수 관정을 폐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번 ‘구제역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실제 식수가 오염돼 지하수원 자체가 폐쇄된 것은 처음이다.

이 마을 일대 지하수 수질을 관리해온 김포시 상하수도사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심모 씨(59) 등 주민들에게서 “수도꼭지를 트니 물에서 거품과 악취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즉각 수질검사 등 확인에 나섰다는 것. 이 마을에 사는 10여 가구는 각각 자기 집 마당에 파이프를 박아 땅 밑 지하수를 뽑아내 식수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업소 측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지하수를 오염시킨 원인은 마을 인근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로 밝혀졌다. 이 일대에는 지난해 12월 말 발생한 구제역 탓에 마을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30여 개의 가축 매몰지가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매몰지는 지하수원과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고 사업소 측은 설명했다. 환경부가 마련한 가축매몰지 환경관리지침에 따르면 매몰장소는 지하수위로부터 1m 이상, 하천 수원지 등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임종광 김포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매몰지 내 침출수가 흘러 지하수로 유입돼 지하수를 식수로 쓰는 가정에 오염된 물이 들어온 것”이라며 “인근 축사 관리 소홀 등 다른 요인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도내 매몰지 주변에서 831건의 시료를 채취해 실시한 수질검사에서도 27.4%인 228건이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물을 먹기가 겁이 난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대학생 이국희 씨(26)는 “침출수로 상수원이나 지하수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다 보니 지하철 도서관 등 공공장소 등에서 나오는 식수나 수돗물 등을 마시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 지하수 위 1m도 안된 곳에 파묻어 ▼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한강 수계 등 상수원 오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동물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에는 대장균, 장바이러스 등 미생물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화학물질, 패혈증을 유발하는 탄저균(炭疽菌) 등이 함유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수과정을 거치는 수돗물과 달리 지하수는 매몰지 침출수에 의해 오염돼도 주민들이 정수과정 없이 그냥 마시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가축 매몰지를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에 있는 지하수 관정 3000여 곳을 분기당 1회 조사해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들도 지역 내 지하수를 침출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북도는 이달 11일부터 구제역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에 대한 수질검사에 들어갔다. 충북도, 강원도 등도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 대한 자체 수질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식수 등으로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악취가 나고 거품이 생기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지하수 펌프가 매몰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땅 밑에 수맥이 연결돼 있으면 오염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만큼 지하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임순 광운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매몰지로부터 300m는 벗어나야 지하수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며 “악취 등 이상이 있을 경우 지하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현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에서 소 15만726마리, 돼지 318만5116마리, 닭과 오리 545만4835마리, 염소 6148마리, 사슴 3053마리 등 모두 879만9878마리의 가축을 매몰처리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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