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상징 야생 노루가 유해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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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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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피해 심각” 지정 추진… 市, 22일 공청회서 의견 수렴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야생 동물인 노루를 유해조수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정 관리방안을 찾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내려온 야생 노루들이 해발 400m 지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야생 동물인 노루를 유해조수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정 관리방안을 찾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내려온 야생 노루들이 해발 400m 지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상징동물이나 다름없는 야생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려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15일 ‘노루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시도-유해조수 지정 등에 대한 공청회’를 22일 제주시 구좌읍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야생 노루를 ‘유해조수’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민주당 김경진 의원은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한라산 영물인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제주도는 지난달 20∼27일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와 미래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공개한다. 또 학계 전문가, 농민 대표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노루 증가에 따른 문제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처리 대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공청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노루를 유해조수로까지 표현한 것은 농작물 등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1997년 처음 피해가 접수된 이후 2000년 200ha 규모에서 2007년 1600ha로 급증했다. 콩 배추 무 더덕 고구마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농가에서는 그물망, 노루 기피약제 등을 도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농민들은 농작물 피해의 80%를 보상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루 포획 등의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009년 조사에서 제주지역 전체 노루는 1만2000여 마리로 추정됐다. km²당 분포는 해발 400∼500m 14.6마리, 해발 500∼600m 29.1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해발 400m까지는 독일 8.4마리, 오스트리아 8.9마리 등과 비슷하지만 산간지역은 제주지역이 훨씬 밀도가 높다. 노루의 적정 밀도는 km²당 8마리로 알려졌다. 20마리 이상이 되면 노루가 먹이로 섭취하는 담쟁이덩굴류, 키 작은 나무 등이 감소하는 대신 노루가 기피하는 이끼 및 양치류 식물이 증가하는 등 식생이 달라진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측은 “노루를 포획하는 논의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보호단계에서 관리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았다”며 “노루 실태조사, 적정 개체 수 선정 등을 거쳐 노루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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