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위기의 경북대병원 초심으로 돌아가야

  • Array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04년 전인 1907년 2월 10일.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창이던 때 대구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경북대병원의 모태인 ‘대구동인의원’이 문을 열었다. 1952년 경북대 개교에 맞춰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그냥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경북대병원을 가리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구와 경북지역에 뿌리가 깊다. ‘한국의학발전의 살아 있는 역사’라는 표현처럼 경북대 의대와 병원은 지역 의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경북대병원의 응급치료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정부 징계를 받는 수모와 함께 유달리 높은 자존심도 크게 구겨졌다. 설 연휴인 4일 경북대병원을 방문했던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김범일 대구시장과 조영래 병원장은 “응급진료를 비롯해 경북대병원이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뿌리 깊은 전통은 두 가지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과 병원은 오랫동안 이른바 ‘한강 이남 최고’라는 말이 따라다닐 정도로 자부심과 자존심이 높았다. 그러나 1시간 40분이면 대구∼서울을 오가는 지금 이런 자랑은 이미 옛날 이야기다. 그저 전통 속에 파묻혀 있으면 3류 병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번 응급의료 사고들은 어쩌면 전통에만 기댄 안일한 분위기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서 깊은 전통에는 든든한 뚝심을 낼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은 전통은 단순한 퇴적물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경북대병원을 찾는 연간 130만 명가량의 환자뿐 아니라 많은 주민이 등을 돌리지 않는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100년을 이어온 경북대병원의 전통이 독(毒)이 아닌 약(藥)이 되도록 2000여 명의 의료진이 전통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 할 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