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 몰아주기 “서울대 못갈 애들 턱걸이 9개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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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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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들, 명문대 지원할 학생들에 ‘내신 몰아주기’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선생님이 다른 학생 내신 잘 주려고 우리에게는 시험을 잘 보지 말라고 하다니요.”

2009년 경남에 있는 M고를 졸업한 S 씨(20)는 고교 재학시절을 떠올리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S 씨는 “턱걸이 수행평가에서 선생님이 ‘어차피 너희는 서울대 못 가니까 만점인 10개를 채우지 말고 9개까지만 해라. 10개 넘게 해도 9개로 기록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S 씨는 결국 삼수 끝에 수능 점수에 비례해서 받는 비교내신을 적용받아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해 1단계 전형을 통과했다. 그는 “서울대 수시 진학권에 드는 5명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학교가 한 것처럼 해줬다”며 “그 덕분인지 2009학년도에 2명이 수시로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일부 고교에서 명문대 우수 대학에 합격할 만한 학생만 골라 내신을 몰아주는 ‘내신 조작’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신 조작은 주로 중간·기말고사 등 필기시험보다는 수행평가나 수상경력 등 비교과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내신 비중이 큰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이 주 대상이다. 이는 명문대 합격자 수로 학교 실적이 평가받고 이를 기준으로 성적이 뛰어난 신입생이 몰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천 Y고를 졸업하고 재수하여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 지원한 A 씨(19)는 “인근 사립고인 D고에서는 학생 1명에게 교내 경시대회 등 대입 때 합격에 도움이 되는 상을 몰아주는 식으로 내신관리를 해준다고 들었다”며 “인천지역 특목고에서 내신 관리 혜택을 준다는 소문에 일부러 이 학교로 전학을 간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대 교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비리는 아니지만 질병으로 시험을 못 봤을 경우 과거 성적을 반영하는 제도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2009년 제주 S여고를 졸업한 P 씨(20·여)는 “2008년 3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이과에서 전교 1등이었던 친구가 전염성 눈병에 걸려 시험을 다 치르지 못했지만 학교가 중간고사 성적을 100% 반영해줘 시험을 보지 않고도 다시 전교 1등을 했고 결국 서울대에 수시 합격했다”고 말했다. S여고 관계자는 “학교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내신 1등급인 이른바 ‘내신의 신(神)’인 학생들이 급증한 것도 이런 ‘내신 몰아주기’와 무관치 않다. 서울대에 따르면 수시모집 지원자 중 고교 3년 동안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전 과목 1등급인 내신 만점자는 2008학년도 31명, 2009학년도 53명, 2010학년도 85명 그리고 2011학년도 132명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서울대 백순근 입학본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내신 만점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최근엔 내신 만점자도 최종 합격에서 떨어질 정도로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2012학년도부터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1차 내신 전형을 없애고 전국 각 고교당 2명의 학생을 추천받아 전 과정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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