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재학생 자살 추모 글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4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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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 조모(19)군을 추모하는 글이 소셜네트워크(SNS) 공간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 대학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39)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학교 1학년 학생이 공부가 즐겁지 않아 자살을 선택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했듯, 교육과 평가도 학생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했어야 했는데.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하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이어 "학생들은 이번 기회에 등록금 반대, 영어수업 반대 투쟁을 하려는 듯하고 언론은 입학사정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듯. 또 학교는 자살방지위원회를 만들려 하고"라며 "에고, KAIST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한 교육대책이 절실한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트위터에 "과학 강연을 듣기 어려운 지역의 청소년에게 강연 기부를 해주실 분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그해 10월 전국 29개 도서관에서 동시에 '강연 기부'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학교 측이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해한다는 불만이 담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군이 숨진 직후 알려진 서남표 총장의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상' 수상과 관련, 트위터리안 A씨는 "KAIST로 뉴스를 검색하면 자살 관련 기사보다는 서남표 총장이 우수한 한국계 미국인 상을 탄 게 더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트위터리안 B씨는 "e메일이 왔는데 KAISTAR라는 KAIST 기관지였다. 메일 타이틀은 '국민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도전 계속할 것'이라는 서 총장의 말이었다. 작금의 상황과 무척 대비된다. 그치? 누가 죽든 말든 학교의 명예만 올라간다면?"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KAIST 학부총학생회는 지난 13일 오후 7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학생들은 차등 등록금제도와 영어 강의 진행 등 학교 측의 '성적 지상주의' 방침이 조 군을 자살로 몰아갔다고 성토했다.

학생들은 "조 군의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KAIST 시스템 자체의 문제일수 있다"며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으로 불리는 현 등록금 제도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인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발산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승섭 KAIST 학생처장은 "조 군이 후배들에 대한 사명감이 컸다"며 "전문계고 출신 입학사정관제 첫 사례인 자신이 뒤처진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KAIST 측은 '자살 사고 방지 대책위원회'와 '새내기 지원단'을 운영하는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

KAIST 관계자는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중간고사 뒤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조언자를 붙여 학업 증진을 돕도록 할 방침"이라며 "학생들이 과도한 성적 부담을 덜고 원만히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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