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공판’ 장외 공방… “유죄 자신” vs “공소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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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복역 중)가 법정에서 돈을 준 사실을 통째로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본보 21일자 A14면 참조
한만호 대표 “한명숙 前총리에 돈 준적 없다”


검찰은 21일 “한 씨가 말을 바꿨어도 다른 객관적 증거가 많기 때문에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만큼 더 이상의 재판은 무의미하다”며 즉각 한 전 총리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라고 공세를 펴는 등 법정 밖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 한 씨, 왜 말 바꿨을까?

한 씨는 20일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동기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회사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런 한 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씨가 20일 법정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씨의 회사와 관련된 다른 범죄를 파헤치는 등 압박을 가한 게 전혀 없었고 한 씨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 씨가 처음에는 5억 원을 줬다고 기억했다가 회사 장부 등을 본 뒤엔 9억 원을 줬다고 스스로 털어놓기까지 했다”며 “이 사건 제보자 남모 씨가 검사실에서 겁박했다고 해서 일국의 전직 국무총리를 지목해 거짓말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한 씨를 73차례나 검찰에 소환해 조사했다는 것 자체가 한 씨에게는 엄청난 압박이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사업에 피해가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찰이 원하는 대로 진술을 해줬다가 뒤늦게 진실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후의 공판은 한 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법정에서 한 진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 한 씨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는 뭐?

한 씨의 20일 법정 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그나마 일치하는 부분은 2007년 3월 말에 건넸다는 ‘3억 원’이다. 한 씨는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 씨(여)가 빌려달라고 부탁해 3억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차용증을 써줬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한 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3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인지, 빌려준 돈인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한 전 총리 쪽에 건넨 것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반면 2007년 4월, 8월 두 차례에 걸쳐 건넸다는 ‘6억 원’에 대해서는 한 전 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건넸다고 검찰의 진술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나 검찰은 △한신건영의 회계장부 △접대장부인 ‘B 장부’ △자금을 관리한 경리부장 정모 씨의 진술 등 다른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4월 1심에서 무죄가 났던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얘기다. 5만 달러 사건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 외에 이렇다 할 물증이 없었고 곽 전 사장의 진술이 흔들리면서 무죄 판결이 났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한 씨가 법정에서 밝힌 대로 회계장부 등에 적힌 표시들은 한 전 총리와는 무관하다”며 “이번 사건은 5만 달러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자 이를 만회하려고 시작한 무리한 보복 수사이자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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