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천사 프로젝트’ 뜨자 대형교통사고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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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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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 운수사 1000곳-취약지 1000곳 집중관리
운행기록 분석-운전습관 교정… 1년새 사망자 84명 줄어

《 경기 북부의 M운수는 버스 300여 대를 소유한 대형 운수업체다. 회사 측은 늘 안전에 신경을 썼지만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교통안전공단의 중점관리를 받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M운수 차량에는 첨단 속도제어 시스템이 설치됐다. 또 과속방지 벨 등 안전장치가 추가됐다. 운전자들은 각각의 운행 형태에 대한 맞춤형 안전운전 교육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고가 절반으로 줄었다. 경기지역의 다른 대형 운수업체인 K사 역시 교통안전공단의 안전관리대책이 시행된 이후 사고가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
○ ‘1000사(事)2020 프로젝트’의 성과

교통안전공단은 전국 운수업체 및 사고다발지점을 중점 관리하는 ‘1000사(事)2020 프
로젝트’ 등을 통해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사진은 공단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버스 안전관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공단은 전국 운수업체 및 사고다발지점을 중점 관리하는 ‘1000사(事)2020 프 로젝트’ 등을 통해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사진은 공단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버스 안전관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공단은 2009년부터 ‘1000사(事)2020 프로젝트(천사202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상위 운수업체 1000개와 취약지점 1000곳을 정해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1만 개가 넘는 운수업체 및 취약지점 가운데 사고 확률 등을 통해 선정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적용한 것. 선정된 업체에는 운행기록 분석을 통한 운전습관 교정교육이 실시됐다.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정기적인 현장점검도 이뤄졌다. 취약지점에 대해서는 경고판 등이 대거 확충됐고 보행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강화됐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택시와 버스, 화물차 등 각종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한 반면 사망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사고 발생은 늘었지만 대형사고는 줄어든 것이다. 2007년 4만9600건에 이르던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는 2008년 5만691건에서 지난해 5만2687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11월 말까지 약 4만6000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007년 1145명에서 이듬해 1161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천사2020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9년 사망자는 1077명으로 줄었다. 대상사업체와 취약지점을 각각 800개, 1000곳씩 늘린 올해는 11월 말 현재 사업용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890명에 머물고 있다.

○ 공단 체질 바꾸니 성과도 ‘UP’

교통안전공단이 도입한 ‘천사2020 프로젝트’는 전국적 규모로는 최초의 교통안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해 교통안전 사업을 펼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교통안전공단은 2008년 7월 이후 간부직 71%를 교체했다. 성과분석을 통해 올해까지 4명의 직원을 퇴출시키는 등 상시 퇴출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1급 간부가 가던 지사장에 2급 직원을 발탁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본사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상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교통사고 줄이기, 공단이 있어야 할 이유죠” ▼

정상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54·사진)은 2008년 7월 취임했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교통부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토해양부 등을 거치며 육해공 교통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정 이사장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나섰다. 그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공단 존립의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3.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체코, 터키에 이어 3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 이사장은 “한국은 경제로는 세계 10위를 주장하지만 교통안전에서는 후진국인 셈”이라며 “새로운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1000사(事)2020 프로젝트’와 전 좌석 안전띠 매기 운동을 추진했다. 또 공단 임직원이 언제 어디서나 사고현장을 관리하는 ‘로드 서포터즈’ 활동도 펼쳤다. 정 이사장은 “철저히 성과 위주로 조직을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의 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조직이 변하면서 사망자 감소, 흑자경영 같은 결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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