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우리 시군 경쟁력은’]<1>지역경제력 어디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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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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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상위권 약진… 조선소 많은 ‘남해안 벨트’ 급부상

원주 새벽시장 지역경제에 활력 강원 원주시의 원주천 둔치에 조성된 새벽시장은 생산자의 소득향상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주 새벽시장 지역경제에 활력 강원 원주시의 원주천 둔치에 조성된 새벽시장은 생산자의 소득향상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시한 지역경쟁력지수(RCI) 평가에서 군 지역의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순위가 상승한 충북 증평군과 전북 완주군 등은 ‘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를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완주군은 민관 협동조직인 지역경제순환센터를 설립해 ‘자립형 마을공동체 회사 100개 만들기’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자원을 산업화해 지역경제와 지역커뮤니티를 활성화한 것이다.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 지역 일부 시군의 종합순위도 크게 상승해 남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성장 거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시군의 치열한 상위권 진입경쟁 속에서 지난해 상위 50위권에 속했던 시군 가운데 12개 시군이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충청권과 남해안벨트지역의 약진

제주시 ‘클린 도시’로 변신 제주 제주시는 새로운 쓰레기 수거 방식으로 깨끗한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주시 ‘클린 도시’로 변신 제주 제주시는 새로운 쓰레기 수거 방식으로 깨끗한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올해 RCI 조사에서도 지난해처럼 수도권과 대도시 주변 지역이 상위권에 편중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 지역이 약진하며 수도권 성장의 파급효과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0위권에 새로 진입한 12개 시군 중에는 음성군 진천군 아산시 계룡시 등 충청권이 네 곳으로 가장 많았다. 상위권(50위권 이내) 진입은 못했으나 충북 증평군, 경남 통영시 사천시, 전북 순창군 등 33개 시군은 지난해에 비해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군 지역이 21곳이나 됐다. 지역의 장점을 살린 차별화된 발전전략이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조사에서 전남 목포시 광양시, 경남 진해시 등 남해안 벨트 시군의 순위가 크게 뛰어오르며 상위권에 새로 진입한 점도 돋보인다. 이 지역들은 조선소 제철소 등 대기업이 새로 입주하거나 설비를 늘리면서 지역경제력과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오랜 항구도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목포시는 쓰레기투기장, 주차장 등으로 이용되던 구도심 내 빈 땅에 4년에 걸쳐 십자형 도시 숲을 조성했다. 숲 속에는 다양한 테마 공원을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 진천군 고용기회 전국 평균의 2배

군 지역과 충청 및 해안벨트 지역의 약진은 RCI 세부항목인 지역경제력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지역경제력지수는 주민 소득수준, 지방자치단체 재정, 고용기회, 사업체 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각 시군의 ‘현재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북 칠곡군, 강원 정선군, 전남 광양시 여수시 등 12개 시군이 올해 지역경제력지수 상위 50위권에 신규 진입했으며 이 중 10곳이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벨트 지역에 분포했다.

특히 군 지역 중 지역경제력 순위가 가장 높은 충북 진천군(21위)은 전국 평균의 갑절에 이르는 고용률을 보였다. 진천군은 15세 이상 인구 중 사업체 종사자 비중이 69.3%로 조사대상 163개 시군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신도시 개발과 기업 유치로 지역경제력이 가장 우수한 지역으로 평가된 경기 화성시(65.6%)보다 높은 수치다.

진천군의 약진은 ‘생거진천쌀’ 외에도 ‘진천 장미’ ‘수박’ 등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물로 소득을 올리고 혁신도시 지정 후 SKC, CJ 등 대기업을 잇달아 유치해 일자리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고용률은 진천군과 화성시에 이어 경기 과천시(58.7%), 경남 거제시(58.2%) 창원시(56.9%), 경북 구미시(53.9%) 등이 뒤를 이었다. 진천군에 인접한 충북 음성군(52.9%)이 전체 7위, 군 지역 2위를 차지했다.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전남 영암군(51.9%)도 전체 9위, 군 지역 3위로 고용률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사업체 수는 경기 수원시가 5만6267개로 조사 대상 163개 시군 중 가장 많았다. 경기 이외 지역에서는 청주시가 4만1841개로 6위를 차지해 가장 순위가 높았다.

○ 독창적인 전략으로 중하위권 반란

목포 구도심에 숲-공원 조성 전남 목포시는 차량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던 버려진 구도심 공간을 숲과 공원으로 만들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모시켰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목포 구도심에 숲-공원 조성 전남 목포시는 차량과 쓰레기가 뒤엉켜 있던 버려진 구도심 공간을 숲과 공원으로 만들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모시켰다. 사진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대도시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침체된 지역이 독창적인 발전전략과 지자체-주민의 유기적 협력을 토대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지역경제력 평가에서는 20개 시군의 순위가 40계단 이상 상승하는 등 중하위권의 순위 변동이 컸다. 지역경제력 평가지수 항목은 지난해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역경제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10계단 이상 상승한 지역(33개 시군) 중 17곳이 군 지역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순위가 급상승한 지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지역 내부 자원을 산업화하는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충북 증평군은 증평산업단지에 SK에너지 등 태양광 관련 기업을 잇달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지난해보다 순위가 63계단 상승했다. 강원 동해시도 지난해보다 순위가 66계단 뛰어올랐다. 지자체가 행정 간소화 등으로 대기업(LS전선 등)을 유치하고 주민들은 ‘경제활성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경남 통영시 진해시 사천시, 전남 순천시 목포시 등도 순위가 급상승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내 유무형의 자원에 주목해 작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지역발전에 나서고 있는 곳들에서 서서히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

163개 시군 입체평가… 4개부문 20개 지표 세분화

지역경쟁력지수(RCI)는 국내 기초생활권인 163개 시군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평가해 이들 시군이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

RCI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발한 지역발전지표(RDI)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지역경제력 △생활서비스 △주민활력 △삶의 여유 공간(공간자원) 등 4개 부문, 20개 세부지표로 구성됐다. 지난해에는 4개 부문, 31개 세부지표를 사용했으나 올해는 일부 지표를 단순화했고 전문가 조사를 거쳐 가중치도 조정했다. 가중치 부여 전과 후의 순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데이터는 주로 2008년 통계 자료를 활용했다.

RCI는 각 시군이 산업화된 도시를 단순 모방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발전전략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자료다.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는 RCI가 지역발전 목표 설정과 정책 모니터링, 성과 측정에 활용하기 위해 관련 평가를 연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팀장=조용우 지역경쟁력센터장 woogija@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김유영 박용 배극인 하정민 한인재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김광선 성주인 송미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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