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원양성 현장을 가다]<3>美, 현장교관-멘터교사가 1년간 교생 감독-지도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은 2001년 이후 교육정책의 방향을 ‘낙오 학생 방지법(NCLB·No Child Left Behind)’에 근거해 추진하고 있다. NCLB법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도록 하려면 교사 또한 높은 수준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각 주는 주마다 ‘높은 수준의 자격’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각 주정부는 교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사 자격증 기준을 강화했다. 교사 자격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녔다는 증표가 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 현장중심 교생실습

미국 미시간 주 랜싱의 홀트고교에서 생물교과 교생인 에밀리 어윈 씨가 학생들에게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에 서 나온 현장교관과 홀트고교의 멘터교사가 어윈 씨의 수업을 지켜봤다. 랜싱=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미국 미시간 주 랜싱의 홀트고교에서 생물교과 교생인 에밀리 어윈 씨가 학생들에게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에 서 나온 현장교관과 홀트고교의 멘터교사가 어윈 씨의 수업을 지켜봤다. 랜싱=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교실 현장에 능숙한 교사를 기른다

미국 미시간 주의 주도인 랜싱 교외지역에 있는 홀트고등학교의 생물 전용교실. 수업 종이 울리자 생물에 관련된 모든 수업자료와 실험도구가 완비된 교실에 학생 22명이 들어와 앉았다. 학생들을 기다리던 교생 에밀리 어윈 씨(24·여)는 숙제를 검사하는 일로 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수업 내용은 DNA를 추출하는 실험을 해보고 그룹별로 설정한 ‘가상의 아이’의 DNA를 분석해보는 것이다.

교실 맨 뒤에서는 어윈 씨의 ‘현장교관(Field instructor)’인 에이미 라크 씨(29·여)가 수업을 지켜보며 노트북 컴퓨터에 뭔가를 계속 입력하고 있었다. 라크 씨는 시간대별로 교사의 행동, 학생들의 반응,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기록하고 있었다. 어윈 씨가 숙제검사를 하는 동안 그는 ‘왜 학생들이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도록 했는가’라고 메모했다. 라크 씨는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수업 후에 교생과 수업에 대한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 한쪽 교사 책상에는 어윈 씨의 ‘멘터교사’도 앉아 있었다. 원래 이 학교 생물 교사인 멘터교사는 어윈 씨에게 자신의 수업을 내주고 수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멘터교사는 교생이 설명을 잘못 하거나 말해야 할 내용을 빠뜨렸을 때 이를 지적하고 틈틈이 조언을 해준다. 이날 수업은 어윈 씨의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기 때문에 멘터교사와 현장교관, 교생이 수업 후에 종합 평가회를 열 예정이다.

홀트고교 학생들에게 교생 수업은 한국의 교생 수업처럼 한 달간의 ‘낯선 체험’ 정도가 아니다. 교생이 1년 내내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수업을 참관하거나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항상 교생 선생님이 학교에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는 어윈 씨의 수업 평가회가 열렸다. 현장교관인 라크 씨는 “흑인 학생들이 자기 피부색 DNA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교사가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인인 어윈 씨는 “예상하지 못한 그런 얘기가 아이들에게서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멘터교사는 “나는 수업 전에 DNA와 인종에 대한 수업을 미리 하면서 아이들의 편견을 없앤다”고 조언했다.

○ 교육 현장의 이론과 실제 조율


미국은 주마다 교원 양성 체계에 차이가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MSU)는 미시간 주의 교원 양성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교사교육과정으로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과 미시간 교원 양성 체계의 가장 큰 차이는 교생 실습 기간. 대학 4년 중 한 달의 교생실습을 거치는 한국과 달리 미시간은 4년 학사 과정을 마친 뒤 1년간 교생 기간을 거쳐야 교원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교육대학 5년제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교생 실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사 학위, 교직과정 학점 이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교생은 배정된 학교에 가서 담당 멘터교사를 만난다. 처음에는 멘터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도우미 역할을 하다가 하루 1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수업 시간은 점차 늘어나 나중에는 멘터교사의 수업 대부분을 교생이 담당한다.

교생은 수시로 자신의 담당 현장교관과 만난다. MSU의 교육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주로 맡는 현장교관은 교생 수업을 참관하는 것 외에도 교생과 주기적으로 만나 토론을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현장교관은 MSU의 대학원생이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게 된다. 교생이 멘터교사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 등도 현장교관이 조율해줄 수 있다. 현장 경험을 지닌 멘터교사와 교육 이론 지식을 지닌 현장교관이 교생을 옆에서 1년간 지도해주는 것이다.

미시간의 교생 실습제도가 한국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교생이 수업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교생 실습 기간에 수업과 점심시간 급식 지도, 통학지도 정도만 담당하지만 미시간에서는 교사들이 해야 할 각종 행정업무까지 일반 교사들과 똑같이 하게 된다. MSU 관계자는 “교생 실습의 목적은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업무를 포함한 ‘교사의 삶’ 전체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거의 모든 시간 수업 준비에 할애”

과학교육을 전공하는 4학년 학생들이 모인 MSU의 사범대학 강의실. 교생 실습을 하고 있는 선배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강의실에서 열린 세미나는 교생 실습을 앞둔 4학년생들의 질문에 선배들이 답하는 시간이었다.


5명의 교생은 입을 모아 “엄청나게 힘들다”고 말했다. 한 교생은 “주당 수업 준비 시간만 40시간”이라며 “수업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은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4학년 학생이 “교생을 하면서 다른 분야 취업 준비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교생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말에 잠 안 자고 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교생은 수시로 대학과 소속 학교에 수업 계획서와 수업 소감문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런 자료들은 모두 담당 교수와 멘터교사들의 평가 자료로 사용된다. 평가 결과가 기준 이하로 나쁘다면 실습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MSU의 교사교육과정 학과장인 수전 윌슨 교수는 “미국에서 교사는 그리 많은 보수를 받거나 대단한 사회적 존경을 받는 직업은 아니다”라며 “1년간의 실습 기간이 학생들에게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교사의 이직률이 높은데, 1년간의 실습은 정말 뜻이 있는 좋은 교사들만 남도록 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윌슨 교수는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 “교사가 지닌 지식이란 것은 의사나 법조인과 달리 일반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교사는 자기 지식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교실을 경영하는 전문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교생 실습 제도를 이수한 다음 교실에 나가면 최소한의 전문성은 확보할 수 있다. 교사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실에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랜싱=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