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청구 기각… 논란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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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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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률안 가결 유효… 무효화할 수 없어”

헌법재판소는 25일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국회의장이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야당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9명 가운데 4(각하) 대 1(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22일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1년 4개월 동안 이어진 미디어 관계법을 둘러싼 논란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헌재가 권한침해만 인정하고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의 무효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국회의장에게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각하’는 심판청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내용을 따져볼 필요도 없다고 볼 때 내는 의견이다. 기각 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권한쟁의 심판은 청구인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판단하는 것이며 그 결정에 따른 기속력은 권한침해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며 “법률안 가결·선포 과정의 위헌·위법성을 어떻게 제거할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그동안 국회에서 법안 ‘날치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소수 정당이 재입법 명분을 쌓기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남발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기각 결정이 나기까지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이강국 소장과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의장은 헌재의 심의·표결권 권한침해 확인 결정에 따라 문제가 된 미디어관계법을 적법하게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용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5인)에 1명이 모자랐다.

이 소장은 이례적으로 결정문에서 동료 재판관들의 각하의견을 “합당하지 않다” “제도의 본질을 오해했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권한쟁의 사건은 지난해 10월 29일 헌재가 국회에서 통과된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당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법률안 가결·선포 무효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비롯됐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헌재가 서둘러 선고를 내린 것은 재판관들 사이에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방통위가 30일과 다음 달 1일 이틀에 걸쳐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 신청을 받겠다고 일정을 발표하자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헌재 결정 이후로 사업자 선정을 늦춰야 한다”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그동안의 논란이 매듭지어지면서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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