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보성향 상임위원 2명 동반사퇴…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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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전원위 처리’상정… 상임위 권한축소 반발?

차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두 명이 1일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조직운영 방식에 항의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1년 인권위 설치 후 조직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고 상임위원 두 명이 임기 도중 사직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 유남영 상임위원(50)과 문경란 상임위원(51·여)은 이날 현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이 참석하는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현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상임위원 임기는 3년으로 유 위원은 12월 23일, 문 위원은 내년 2월 3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상임위 간담회가 끝난 후 “인권위가 인권 증진을 위해 집권세력과 긴장을 조성하는 등 본연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고사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은 이날 발표한 ‘사임의 변’에서 “인권위가 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밖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안으로는 인권위답지 않은 파행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문 위원도 “위원장의 독주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인권위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상임위원은 현 위원장이 올해 2월 인권위 의결이 나지 않았던 북한인권법안 안건을 인권위 견해인 것처럼 국회에 보고한 점과 임시 전원위원회 및 상임위 소집 거부, 국회에서 독립성 훼손 발언을 했던 점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상임위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인권위 전원위에 상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상임인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위원이 낸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상임위 자체 의결로 가능했던 긴급 인권현안 의견 표명이 반드시 전원위를 통과해야 한다. 또 위원장이나 상임위원 2명 이상이 동의하면 상임위에 상정된 안건이라도 전원위에 회부하도록 규정했다. 상임위 기능이 종전보다 약화되는 셈이다.

상임위 권한을 제한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보수 성향의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상임위원 4명 중 위원장을 뺀 나머지 3명이 진보 인사여서 안건 논의가 균형을 잃고 특정 인사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인권을 다루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못한 것은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가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상임위원을 포함한 전원위 위원 11명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진보와 보수가 5 대 5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상임위원들이 각종 인권 진정이 소위원회와 상임위 차원에서 처리될 뿐 인권위 최고 의결기관인 전원위에 접수되는 비중이 적은 것은 문제라며 이번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위원회는 위원장인 상임위원 1명에 부위원장인 비상임위원 2명으로 구성되는데, 인권위가 접수하는 진정의 대부분이 소위원회에서 처리된다.

인권위는 행정안전부에 상임위원들의 사직서 제출을 통보하고, 2주간 면직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할 예정이다. 인권위 측은 “중도 사퇴 시 관련 규정은 없지만 상임위 개최는 당분간 중단될 것”이라며 “두 위원이 맡던 소위원회는 임시 지정을 통해 운영되어 실무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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