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일반중 학생이 국제천문올림피아드 금메달-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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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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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통해 키운 상상력, 과학적 상상도 쑥쑥”

《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 출전한 한국 학생들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16∼24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제15회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 대표단이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로 러시아를 제치고 종합 1위를 거머쥔 것. 국제천문올림피아드는 15세 이하의 주니어 그룹 학생들과 17세 이하의 시니어 그룹 학생들이 각각 이론, 관측, 실무 부문에서 천문과학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이 중 이하선 군(14·서울 신목중 2)과 서정우 군(15·부산 온천중 3)은 수상자 가운데 중학교 재학생으로는 유일하게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받았다. 특히 서 군은 천문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푸는 주니어 실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두 학생이 고난도의 이론학습과 분석과정을 요구하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두 학생을 통해 과학적 사고력은 어떤 방법으로 기를 수 있는지 알아보자. 》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라!

이 군은 과학 분야뿐 아니라 역사, 소설 등 여러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한다. 시험 기간을 제외한 평소에는 매일 5권 남짓의 책을 꾸준히 읽는다. 초등학생 때는 밤을 새워가며 하루 20권가량의 동화책을 읽기도 했다. 독서가 과학 공부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의 과정은 과학적 사고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 이 군의 설명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생각해보는 습관이 과학 학습에도 도움이 됐어요. 과학 실험을 할 때도 어떤 현상을 증명하려면 다음 단계에서 발생할 일을 미리 상상해 가정해본 뒤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독서의 습관을 통해 쌓은 상상력과 사고력은 국제천문올림피아드에서 발휘됐다. 둘째 날 치러진 이론 부문 시험에서 ‘50t의 우주정거장과 100kg의 우주인이 80km만큼 떨어져 있다.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 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계산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이 군은 미·적분 공식을 적용해 봤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시험 종료 5분 전 접근 방식을 바꿨다. ‘우주인이 우주정거장 주위를 타원 모양으로 돌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 것.

“‘케플러의 제3법칙(행성의 공전주기를 이용해 태양과의 거리를 구하는 공식)’을 활용해 정답을 구해냈어요. 같은 공식으로 ‘별이 수축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라는 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거든요. 별의 표면 입자가 별 주위를 타원 모양으로 돈다고 가정한 뒤 별이 수축하는 시간을 구했죠.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문제도 우주인이 타원

모양으로 도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면 풀지 못했을 거예요.”

○자료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라!

과학 과목을 공부하다보면 제시된 표나 그래프 등 자료를 분석해야 풀 수 있는 자료 해석형 문제가 많이 나온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논리력과 분석력. 주어진 데이터를 정확히 해석해 내야 하는 실무 부문에서 1등을 한 서 군은 “평소 어떤 자료를 접하든지 꼼꼼하게 읽어보며 숨겨진 의미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자료 중 순발력 있게 필요한 데이터만을 골라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서 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천문올림피아드 문제로 떨어지는 유성(별똥별)의 수를 구하는 문제를 꼽았다.

“이 문제의 관건은 떨어지는 유성 중 몇 개가 구름에 계산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보정계수(다양한 원인과 상황을 일정한 기준으로 비교·평가해 자료를 일반화시킬 수 있는 수 개념)’를 구해야 했고, 이를 위해선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시간별 평균 구름의 양을 구해야 했죠.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풀이과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한된 시간 내에 골라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평소 자료해석 문제를 많이 접해서인지 비교적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서 군은 다른 유형의 자료해석형 문제에 대해 “그래프 자료는 가로축과 세로축의 관계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며, 그래프를 수식으로 바꿔보거나 수식을 그래프로 바꿔보는 연습도 분석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일상 속 현상에 호기심을 가져라!

이 군과 서 군은 과학 공부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상적인 현상에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거나 사소한 사건에서 과학적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어느 날 우연히 바닥에 엎질러진 물을 봤어요. 바닥에 떨어진 물의 윤곽이 별자리 중에서도 물병자리 모양과 비슷해 보이는 거예요. 실제로 물병자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책과 인터넷 자료를 검색해 찾다 보니, 물병자리를 이루는 별들 중 가장 작은 별의 이름, 주변의 천체들까지 다 외우게 됐어요.”(이 군)

서 군 역시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안의 에어컨을 틀었는데 바람의 방향을 위쪽으로 해야 할지 아래쪽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집에 있는 과학책을 뒤적여서 ‘뜨거운 바람은 밀도가 낮아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바람은 밑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점이 생길 때 즉각 찾아보는 습관은 서 군이 천문학 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평소 베란다에 나가서 자주 별을 관찰해요. 어느 날 별을 보는데 별 색깔이 미묘하게 모두 다르더라고요.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까지…. 방에 돌아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책을 찾아봤어요. ‘온도가 높을수록 파란색을 띠고 온도가 낮을수록 빨간색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책으로 익히면 원리를 쉽게 까먹지 않을 수 있어요.”(서 군)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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