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중소형… 전세금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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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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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58m2 2억3000만원 vs 125m2 2억4000만원

50대 김모 씨는 은퇴를 앞두고 투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고 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아파트(135m²)를 5억5000만 원에 전세로 주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158m²)에 2억4000만 원 전세로 들어갔다. 김 씨는 “층수는 차이 나지만 크기가 작은 125m²가 158m²보다 전세금이 1000만∼2000만 원 비싸 깜짝 놀랐다”며 “작은 아파트가 인기라고 들었지만 작은 아파트가 큰 아파트보다 전세금까지 비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성남시 삼평동에 사는 30대 주부 강모 씨는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와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큰 아파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강 씨는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 보니 대형 아파트는 넘쳐나지만 중소형은 없다”며 “전세금이 싸도 대형은 난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들고 가족도 3명밖에 안 돼 넓은 집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 넓어도 전세금은 오히려 싸

넓을수록 가격이 높았던 부동산시장의 철칙이 깨지고 있다. 보통 대형 아파트가 건축비 같은 비용이 더 들어가므로 매매가와 전세금도 비싸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중소형 아파트보다 전세금이 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대형 물량이 집중 공급된 반면 중소형은 적은 경기 용인시, 성남시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전세금 역전현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도 넓은 아파트 전세금이 작은 아파트보다 불과 1000만∼2000만 원이 더 많은 실정이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대우아파트의 전세금은 158m²가 2억3000만, 125m²가 2억4000만 원으로 나와 있다. 분당구의 시범삼성한신아파트 전세금은 105m²가 3억∼3억1000만 원, 161m²는 3억∼3억3000만 원에 거래돼 가격이 비슷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수요자 대부분이 중소형을 많이 찾아 인기도 높다 보니 중대형과 전세금 차이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분당 용인 등은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대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 최근 중대형 입주물량이 쏟아졌다”며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 아파트가 생기다 보니 기존 아파트의 전세금과 매매가도 파격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전세금 역전, 서울로 확산

이러한 전세금 역전현상은 도심과 가까워 직장인 수요가 많거나 재개발로 기존 주택이 헐리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아파트 전세금도 108m²는 1억9000만∼2억 원이지만 140m²는 2억∼2억1000만 원에 나와 있다. 같은 지역 현대아파트의 전세금은 141m²가 2억 원이지만 107m²는 1억9000만 원에 최근 거래돼 가격차가 1000만 원에 불과했다. 동작구 사당동의 현대아파트 105m²는 2억1000만∼2억3000만 원이지만 145m²는 2억3000만∼2억5000만 원으로 차이가 2000만 원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 2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함께 사는 가족이 줄고 실속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중소형의 인기가 높아져 당분간 중대형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내수경기 침체로 소형 위주의 실속 소비가 느는 데다 대형이 과잉 공급되는 것이 전세금 역전현상의 원인”이라면서도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면 큰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대형이 인기를 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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