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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봉이 김선달’ 뺨치는 서울 문정지구 보상 비리

입력 2010-10-19 03:00업데이트 2010-10-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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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준다” 소문나자 꾼-브로커 몰려10만원짜리 벌통 20개, 6000만원 거래
2007년 2월경 서울시 SH공사가 송파구 문정동에 미래형 업무시설 도시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공고가 뜨자 조용하던 문정동 350번지 일대에는 양봉 비닐하우스가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자연녹지 상태로 개발이 제한된 곳이 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비닐하우스는 순식간에 1400여 개로 불어났다. 이곳에 양봉업자로 가장한 사람들이 비닐하우스에 수십∼수백 개의 벌통을 들여놓고 자신이 소유주임을 주장하는 이름표를 적었다.

이들은 양봉·축산업자의 경우 문정지구 재개발에 따른 생활대책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보통 벌통 20개를 넣으면 ‘1계좌’로 인정돼 보상대상자로 분류되고, 이들은 상가분양권과 상업용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보상공고가 뜨기 전인 2007년 2월 26일 이전부터 양봉·축산업에서 일했어야 보상 대상이 되지만, 이런 기준에 미달하는 부동산 브로커 이모 씨(47) 등은 SH공사 보상팀 박모 차장(44)에게 돈을 주고 보상 적격 판정을 받아냈다.

벌통 1계좌는 ‘재개발이 돼 상가분양권을 받으면 그 값이 1억 원을 훌쩍 뛸 것’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6000만 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들이 비닐하우스에 넣어둔 벌통은 중국산 가짜 벌통으로 개당 평균 10만 원에 구입한 것들. 검찰 수사 결과 이 씨는 70여 명에게 상가분양권 등이 보장된 벌통을 팔아 40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은 꿀벌통 계좌를 가진 1000여 명과 ‘문정 영농 축산 생활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뒤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앞에서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양봉업자들은 이들을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렀다. 현재 문정지구에 양봉업자로 등록해 보상을 요구한 사람만 1400여 명에 이른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보상계획 수립일 이전부터 영농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상을 노린 ‘무늬만’ 양봉업자라는 얘기다. 검찰은 보상 대상 양봉업자 중 10여 명만 문정지구에서 실제 양봉업을 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보상기준일 이후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벌통을 들인 사실은 현장조사만 했어도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SH공사의 허술한 현장조사를 비판했다.

서울 문정도시개발구역 보상 관련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SH공사 보상심사 담당자에게 뇌물을 주고, 실제 양봉업자가 아닌데도 양봉업자인 것처럼 심사해달라고 부탁한 부동산 브로커 이 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4일 SH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이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 회사 보상팀 박 차장을 11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또 박 씨가 세곡지구 등 다른 보상 지구에서도 비리를 저질러 파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H공사가 시행한 다른 재개발 사업지구로도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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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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