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두 고교생… 그들이 찾아낸 창의적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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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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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 길안내… 봉사활동, 아직도 남들 하는 대로?

교내 봉사동아리 ‘한울’을 결성해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학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멘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 조은영 양.
교내 봉사동아리 ‘한울’을 결성해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학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멘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 조은영 양.
《대입 입학사정관전형의 확대로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봉사활동에 관한 중고교생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도에 비해 봉사활동의 ‘메뉴’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 문제. 입학사정관이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의 인성과 사회적 책임감, 배려심,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실제로 어떤 봉사활동이 효과적인지에 관한 정보와 고민이 부족한 탓에 학교 주변 환경미화나 공공기관의 안내도우미에 머무르는 학생이 많다.

이럴 땐 청주신흥고 3학년 김동호 군(18)과 충남 천안시 복자여고 3학년 조은영 양(18)에게 주목해보자. 이들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국 고교생 중 ‘21세기를 이끌 창의적 인재’라고 인정해 60명을 선발한 ‘대한민국 인재상’의 수상자들. 두 사람은 특히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봉사활동을 수행한 점을 높이 인정받았다.

창의적인 봉사활동이란 뭘까? 아프리카 오지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원주민들을 도와야만 ‘창의적’일까? 아니다. 창의적 봉사활동이란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가 핵심. 마치 기업이 비즈니스 전략을 수행하듯 치밀한 기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봉사활동이 창의적으로 평가받는다.》
○ 평범한 봉사활동에서 한 걸음만 더 나가라!

역설적이게도, 두 학생의 ‘남다른’ 봉사활동은 ‘남과 같은’ 봉사에서 출발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활동하다 보니 그 안에서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활동을 스스로 모색해 나갔다는 것.

초등 5학년 2학기에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고1 때 한국에 돌아온 조 양. 그는 어머니, 두 동생과 낯선 이국땅에서 겪었던 두려움과 어색함을 현지인의 도움으로 극복했던 유학 초반의 경험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생각으로 인근 천주교 성당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를 찾았다. 이주여성과 노동자를 위한 봉사단체였다. 뉴질랜드에서 이방인으로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되새겨 보니, 이주자들이 이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요소는 바로 ‘언어’란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어를 영어로 통역하는 활동을 한 조 양은 이윽고 이주여성과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글학교’를 개설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조 양은 교내 봉사동아리 ‘한울’을 결성해 이주 여성을 위한 한글학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학습 및 정체성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저소득층 초중학생에게 일대일 학습 봉사활동을 하는 ‘희망가꿈’ 동아리를 창단한 김동호 군.
저소득층 초중학생에게 일대일 학습 봉사활동을 하는 ‘희망가꿈’ 동아리를 창단한 김동호 군.
한편 김 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할아버지를 암으로 여의고 아버지에게도 암이 발병하자 암에 관한 비관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에게 우연히 호스피스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 그는 4년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청소, 간호보조 봉사를 했다.

고교에 입학하자 자신이 봉사를 통해 느꼈던 점을 친구와 함께 나누고자 호스피스 시설에 단체봉사를 신청했다. 다수의 봉사자보다는 소수지만 경력 있는 봉사자가 필요했던 시설에선 단체 봉사를 반기지 않았다. 김 군은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봉사활동을 고민했다. 상위권 학생만 입소할 수 있던 기숙사의 동기 몇 명과 저소득층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봉사활동’ 쪽으로 눈을 돌렸다.

○ 봉사활동하려고 프레젠테이션

창의적인 봉사활동의 성패는 치밀함과 성실함에 달렸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철두철미하게 기획해 실행하는 데는 남다른 노력이 뒤따랐다. 덕분에 두 학생 모두 ‘최초’로 교내에 자발적 봉사동아리를 탄생시켰다.

김 군은 봉사동아리 ‘희망가꿈’을 창단하기까지 약 1년을 준비기간으로 삼았다. 함께 봉사를 하고 싶다는 친구 20명이 모였다. 일대일 멘터링 학습 봉사활동을 진행할 곳을 수소문했다.

“청주 지역의 아동센터와 무료공부방 50여 곳의 규모와 역사, 주요 활동 내용을 일일이 조사했어요. 동아리 전체의 의견에 따라 종교적 색채가 없으면서 저소득층 학생을 무료로 돌보는 곳을 물색해 연락했습니다.”(김 군)

학습봉사인력은 넘쳤다. 지역의 사범대학, 교육대학, 교원대 재학생만으로도 충분했다. 고교생인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설득해야 했다. 어떤 공부방 책임자는 “봉사활동시간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제 첫걸음인 고교생에게 뭘 믿고 학생들을 맡기냐”고 반대했다.

이에 봉사 동기, 봉사 경력, 봉사자 구성은 물론 어떤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에 관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영어수업=오후 2시∼3시 반 △쉬는 시간 및 반 교체=3시 반∼4시 △수학수업=4∼6시라고 시간표를 짜 보였다. 학생 한 명마다 영어전담, 수학전담 멘터를 한 명씩 배치하고 수업이 없는 토요일엔 학생들의 학습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멘터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센터와 공부방을 2, 3회씩 찾은 끝에 대상 기관을 찾았다. 정교한 기획과 프로다운 정신은 성공적인 활동으로 이어졌다. 몇 시간씩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 친구들끼리 “김 선생님” “이 선생님”이라면서 꼬박꼬박 존칭을 썼다.

“한글학교에서 이주여성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자녀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2세들은 자라면서 ‘아, 우리 엄마는 한국 사람이 아니구나’ ‘나는 친구들과 100% 같지 않구나’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더라고요.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했어요.”(조 양)

조 양은 동아리 부원들과 논의한 끝에 다문화가정 자녀 멘터링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부원 20명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2시 반까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일대일 멘터가 됐다. 국어, 영어, 수학 문제집을 함께 풀고 학교 숙제를 도왔다. 매번 20분씩은 ‘엄마나라 바로 알기’라는 주제로 어머니의 출신 국가에 대해 가르치고 다문화가정 자녀로서의 고민을 들어줬다. 친구들과의 봉사모임으로 시작한 활동은 올해 학교 클럽으로 인정받았고 교내 인기 동아리가 됐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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