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미납자 노역 대신 사회봉사제 시행 1주년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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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돌보면서 스스로 반성”
초기 月 2000여명 신청 열기… 복지시설서 봉사활동 구슬땀
“담배 한 대 피울 시간도 없이 힘들지만 어렵게 사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크게 반성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 씨(57)는 술에 취해 길거리의 차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재판을 받고 올해 초 벌금 18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사장 노동일로 하루 8만∼10만 원의 일당을 받는 것이 소득의 전부였던 그는 벌금 낼 형편이 도저히 안 되자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성북구 하월곡동 성북장애인복지관에서 매일 8시간씩 한 달 반 동안 계속된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지난달 마친 이 씨는 지금도 복지관에 나와 장애인들의 급식을 돕고 있다. 17일 복지관 주방에서 만난 이 씨는 “일이 힘들어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난생 처음 남을 위해 일하고 나니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벌금미납자 사회봉사제도가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총 1만308명이 벌금 납부 대신 사회봉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벌금을 내기 어려운 서민들이 노역장에 유치되는 대신 생업을 유지하면서 사회봉사로 형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그동안 연간 3만여 명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돼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사회봉사 신청자들은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서 엄격한 출석 관리를 받으며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농번기에는 농촌의 일손을 돕기도 한다.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이 제도가 소급 적용되자 시행 초기에는 신청자가 월 2000명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서울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신청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나 영세상인 등 벌금 300만 원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서민”이라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어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고 봉사를 받는 기관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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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미납 시 5만 원을 하루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거나 사회봉사 8시간에 처한다’는 법원 판결이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이들에게 다소 무겁다는 의견도 있다. 이 씨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사회봉사 때문에 일당 10만 원을 포기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이들에게 하루의 가치는 10만 원, 15만 원에 해당한다”며 “제도 취지에 맞게 법원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노역장 유치나 사회봉사 기간을 생계수단에 맞게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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