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포커스]계명대-국립쇼팽음대, 쇼팽이 맺어준 20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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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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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음악원’ 만들어 교류… 쇼팽 탄생 200돌 음악회 폴란드교수들 대거 참석

계명대 신일희 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계명쇼팽음악원 광장의 쇼팽 흉상 앞에서 음대 교수 및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쇼팽 흉상은 폴란드 쇼팽협회의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계명대 신일희 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계명쇼팽음악원 광장의 쇼팽 흉상 앞에서 음대 교수 및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쇼팽 흉상은 폴란드 쇼팽협회의 심사를 거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올 11월 중순 대구 계명대에서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1810∼1849)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폴란드 국립쇼팽음대 교수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폴란드도 아닌 한국 계명대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폴란드는 계명대와 20년 우정을 나누는 정겨운 이웃과 마찬가지다. 마렉 차우카 주한 폴란드대사는 계명대 특임교수이고,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폴란드 명예영사이다. 신 총장은 폴란드 정부가 주는 최고 훈장인 금십자훈장과 대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 4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비행기 사고로 서거했을 때 캠퍼스에는 추모 분위기가 가득했다. 대학 측은 분향소를 설치하고 음대 학생들은 추모 음악회를 열었다. 폴란드의 슬픔은 곧 계명대의 슬픔이었다.

계명대와 폴란드가 끈끈한 우정을 쌓은 데는 쇼팽이 가교 역할을 했다. 독문학자인 신 총장은 “20여 년 전 폴란드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쇼팽이 폴란드 국민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수난을 겪은 폴란드 역사가 한국과 비슷한 데다 음악으로 폴란드의 미래를 꿈꾼 쇼팽을 보고 단순한 연주자가 아닌 ‘음악 리더’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1998년 국립쇼팽음대와 계명대가 손을 잡고 만든 ‘계명쇼팽음악원’은 12년 만에 유럽 정통음악의 산실로 뿌리 내렸다. 계명대 음대에서 7학기를 마치고 쇼팽음대에서 2년을 공부하는 학사, 석사 연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매년 2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쇼팽음대에서 공부한다. 쇼팽음대 교수 5명이 계명대에 와서 가르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고 권위 ‘제49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작곡 부문 1위를 차지한 장은호 씨(26)도 쇼팽음악원에서 실력을 쌓았다.

계명쇼팽음악원 뜰에는 쇼팽 흉상을 비롯해 쇼팽 광장과 쇼팽 길이 조성돼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쇼팽 흉상은 폴란드 쇼팽협회의 심사를 거쳐 프랑스와 벨기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세워졌다. 이영기 계명쇼팽음악원장(56)은 “음악도는 연주 기교 이전에 음악에 대한 정신을 갖춰야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쇼팽음악원은 학생들이 좁은 틀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쇼팽음대 석사과정에 다니는 서경연 씨(26·여)는 최근 바르샤바 인근 쇼팽 생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기회를 얻었다. 쇼팽 생가에서 대학원생이 연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서 씨는 “쇼팽처럼 세계인의 가슴에 살아있는 피아니스트를 꿈꾼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최근 헝가리 국립리스트음악원과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 총장은 “음악은 곧 세계인의 마음”이라며 “쇼팽처럼 국민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쉬는 음악 인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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