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시위한 독서, NO!… 책읽는 자체의 즐거움 느끼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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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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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주는것 좋지만 강요는 금물… 스스로 독서 동기 찾게 해야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국민독서진흥에 대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23일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국민독서진흥에 대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23일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2학기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 종합 지원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 학생이 책을 읽고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www.reading.go.kr)’에 기록하면 대학 입학사정관은 초등학교 때 쓴 독후감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바뀐 고교 입시의 핵심인 ‘자기주도 학습 전형’에선 독서 이력을 필수적으로 평가한다. 학생들은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지원서에 적거나 자신이 만든 독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한다. 독서가 입시와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 전문가들은 “입시를 위한 책 읽기는 진짜 독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독서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책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민독서진흥에 대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23일 좌담회를 열었다. 독서에 관한 초등 및 대학 교육 현장, 연구소, 출판계, 학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올바른 자녀 독서교육의 실마리를 얻어 보자.》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독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독서를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서는 삶의 저변에 늘 깔려야 할 원리이자 모든 교육과정에 스며야 할 교육 방법입니다.”

박철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은 독서의 중요성이 교육적으로 국한되는 것을 경계했다. 입시를 위해 책을 읽으면 읽는 즐거움을 알기 전에 책을 통해 얻는 교훈을 우선시하게 된다. 학생들이 책을 학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문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생각하는 만큼 산다는 말이 있다”면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한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분명 다르게 살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는 학습이 아니라 삶 자체와 긴밀하게 연관된 활동이라는 의미다.

고성욱 서울 윤중초등학교 교장은 “독서를 하면 사람의 품위와 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책을 통한 정서적인 경험이 사람의 품성과 수준을 높인다는 말이다. 학생들은 공간과 시간적 제약으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독서를 통해 배운다. 고 교장은 ‘사랑하면 알고 싶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는 유홍준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같은 교사가 교과과정을 가르쳐도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 그가 30여 년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며 깨달은 것이다.

대학생과 중학생인 두 자녀를 풍부한 독서환경 속에서 최상위권으로 성장시킨 학부모 김윤숙 씨는 독서를 통해 겪은 자녀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두 자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학습 계획을 스스로 세웠다. 독서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책과 가까워지는 법은 잘 모른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와 같은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에 책을 따분하게 느낀다. 김흥식 도서출판 서해문집 대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 대표가 독서 관련 강연회를 갈 때마다 학생들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해리포터를 영화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나, 책으로 본 것이 더 재미있었나”다. 약 80%의 학생이 ‘책’에 손을 들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영상매체를 선호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른들의 시각”이라면서 “재미있는 책을 먼저 접하면 책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장은 “가정과 학교에서 독서가 몸에 배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초등학교 때의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책 읽는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야 성인이 되어서도 자발적으로 책을 접하게 돼 ‘평생 독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만화책도 좋다. 교사나 학부모가 현명한 독서지도를 위해 도서목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노명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고려대에서 진행되는 한 독서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교수가 학생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공지를 띄운다. 공지에는 △도서명 △주최자(교수) △모임일시 등을 담는다. 참가 신청한 학생에게는 학교가 대신 책을 구매해준다. 모임 때까지 책을 읽어오는 것이 과제. 교수와 학생은 함께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한다. 노 교수는 학교, 아파트, 지역 등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독서 새마을 운동’이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학창 시절 독서 동아리에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었던 경험을 통해 정신의 근육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면서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토론습관을 기르는 데 독서 동아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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